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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형 받았는데 또 징역형…그럼 몇년 살다 나오죠?

[박보희의 소소한 法 이야기] "선고형 합산해 수감…무거운 형부터 순서대로 집행"

박보희 기자 2018.01.11 05:00
고개 숙인 '비선실세' 최순실씨/ 사진=뉴스1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뇌물죄 혐의에 대한 선고가 다음달 13일로 늦춰졌습니다. 당초 이달 26일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재판부는 "쟁점이 많고 기록이 방대해 검토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일정을 변경했는데요. 통상적으로 검찰 구형 후 2~3주 뒤면 선고가 나오는데, 재판부는 두 달 가까운 시간을 갖기로 한겁니다. 재판부의 고민이 느껴집니다.

앞서 지난달 14일 검찰은 최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습니다. 그런데 잠깐. 최씨는 이미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학사 비리 관련 혐의로 2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는데요.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가있는 만큼 아직 유무죄를 속단하긴 이르지만 문득 의문이 생깁니다. 학사비리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뇌물죄로 실형을 또 선고받으면 최씨는 몇 년의 형을 살아야 하는걸까요. 둘 중 형이 긴 만큼만 살면되는 걸까요? 아니면 둘을 합한 만큼 살게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로 다른 사건으로 각각 실형을 선고받았다면 선고받은 형을 합한 기간만큼 수감됩니다. 예를들어 대법원이 2심 선고를 확정해 학사비리로 징역 3년형이 확정되고, 뇌물죄로 검찰 구형대로 징역 25년형이 확정된다면 최종 28년이 최씨가 교도소에 수감돼야 하는 기간인거죠.

형사소송법 제462조는 형집행의 순서를 정해두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2(개) 이상 형의 집행은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과료와 몰수 외에는 중한 형을 먼저 집행한다. 단, 검사는 소속장관의 허가를 얻어 중한 형의 집행을 정지하고 다른 형의 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한 사람에게 징역 3년과 징역 25년이 선고됐다면 징역 25년 먼저 집행을 하게 되는 겁니다. 징역 25년 형이 끝나고 나서야 징역 3년 형이 집행되는 거죠.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가지 사건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여러 사건을 '병합', 즉 합해서 한 재판부에서 살펴보는 건데요. 사건을 따로따로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하면 각각 선고가 나오지면, 병합해서 선고할 경우 선고는 한 번만 나옵니다. 이 경우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형량이죠.

원칙적으로 재판이 따로 진행될 경우 각 혐의에 따라 재판부는 형을 선고하지만, 병합될 경우 여러 혐의 중 형량이 가장 높은 범죄에 정해진 법정형의 1.5배 내에서 최종 형량이 정해집니다. '최고 얼마까지 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형량의 상한선이 정해지는 겁니다. 

예를 들어 A사건(형량 범위 징역 2년 이상 5년 이하)과 B사건(형량 범위 징역 1년 이상 7년 이하)이 각각 병합되지 않고 재판을 받아 형을 선고한다면 각각의 상한인 5년, 7년의 범위 내에서 형량이 정해집니다. 최고 13년까지 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거죠. 하지만 두 사건을 병합해서 하나의 형을 낸다면 상한이 더 높은 B사건의 법정 최고 형량인 7년의 1.5배, 즉 10년 6월 내에서 형량이 정해집니다.

물론 같은 사람이 여러 범죄를 저질렀다고 무조건 사건이 병합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 관계자는 "피고인이 동일하거나 관련성이 큰 사건인 경우 통상 사건을 병합한다"면서도 "피고인이 동일하다고, 사건이 관련성이 있다고 무조건 병합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건이 한 번에 재판에 넘겨지는 것이 아니죠. 수사를 해보니 다른 혐의가 발견돼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또 다시 재판에 넘기는 경우도 있고, 재판 선고가 난 이후에 또다시 기소가 되기도 합니다.

이미 선고를 받고 형을 살고 있는 사람이 또 재판에 넘어왔을 때 판사는 앞서 선고된 형량을 고려해 선고를 하지는 않을까요? 예컨대 '이미 비슷한 사건으로 징역형을 살고 있으니 이를 고려해 좀 약한 형을 주자'거나 '앞선 사건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에 비해 형이 적게 나온거 같은데 이걸 고려해 형을 무겁게 줘야지' 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을까요?

이런 경우를 대비해 법은 '사후적 경합범'이라는 것을 두고 있습니다. 이미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이 재판 중인 사건과 병합될 가능성이 있었다면 이를 고려해 형량을 정할 수 있는 건데요. 법원 관계자는 "앞선 사건이 먼저 기소가 돼 선고를 받았지만 재판 중인 사건과 병합해 한 번에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던 경우 이를 고려해 형을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모든 사건이 사후적 경합범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앞서 받은 재판의 형이 확정이 됐어야 합니다. 예를들어 최씨의 경우 학사비리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으로 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뇌물죄 사건 형량을 정할 때 고려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선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범행 시점이나 선후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재판 중인 사건과 앞서 형이 확정된 사건의 범행이 함께 선고될 가능성이 전혀 없을 경우에는 사후적 경합범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법원 관계자는 "앞서 오래 전에 확정 판결을 받아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함께 선고할 수 없는 경우 등 도저히 함께 선고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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