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987'의 영웅 최검사, 2018년 검찰은?

양성희 기자 2018.01.12 05:15

1987년 경찰은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단순 쇼크사로 덮으려고 했다. 이를 위해 시신을 부검없이 화장시키려 했지만 단 한명이 이를 막아섰다. 당시 서울지검 공안부장이었던 최환 검사였다. 이 한 사람의 선택으로 진실이 드러났고 역사는 달라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1987'에서 배우 하정우가 연기한 '최검사'가 바로 최 당시 부장검사다. 최 당시 부장검사는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희대의 궤변을 듣고 고문치사를 직감했다고 한다. 검찰 고위 간부들도 몰라서 그를 말린 건 아니다. 검찰 인사권을 틀어쥔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검찰청법에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조항을 담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명시된 시절이었지만 최 당시 부장검사는 상부의 만류를 뿌리쳤다. 

이후 31년 동안 검찰에는 수많은 '최검사'들이 있었다. 자신의 소신에 따라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용기있게 행동한 검사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개 징계 대상이 되곤 했다.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2년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검찰 상부의 '백지 구형' 지시를 어기고 법정에서 무죄를 구형했다가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2003년 법 개정으로 '검사동일체의 원칙'이란 말은 검찰청법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는 그리 달라지지 않은듯 하다. 지난해엔 검찰 간부가 법원에 이미 제출된 압수수색영장 청구서를 담당 검사에게 알리지도 않고 회수한 일이 있었다. 

검찰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스스로 내부 개혁에 나서고 있다. 일선 검사의 이의제기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예규가 2일부터 시행됐다. 검사가 상급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때 이를 문서로 남기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의제기서'란 문서가 오늘날 진실을 쫓는 '최검사'들의 방패막이 돼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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