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친절한 판례氏] 강원랜드서 230억 날린 남자 "물어내라"

'자기책임의 원칙' 카지노 이용에도 적용…용인불가 불법행위 없다면 손해배상 못받아

박보희 기자 2018.01.15 05:05

법에는 '자기책임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개인은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에 따라 행동하고, 그에 따른 결과 역시 스스로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모든 선택에 해당된다. 투자와 투기, 도박 역시 마찬가지다. 본인이 선택했다면 그에 따라 이익을 얻든 손실을 입든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다. 

중소기업 대표까지 지낸 정모씨는 2003년 도박에 재미를 붙였다. 강원랜드를 오가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도박의 규모는 점점 커졌다. 한번에 베팅할 수 있는 액수를 정해둔 베팅한도액을 넘어 베팅을 하고, 베팅 규정을 피하기 위해 사람을 사서 대신 돈을 걸도록 시키기까지 했다. 보다못한 아들이 정씨의 출입을 금지해달라는 요청서를 강원랜드에 보내기도 했지만, 아들은 요청서가 강원랜드에 도착하기 전인 다음날 전화로 요청서를 철회했다. 정씨가 3년간 강원랜드에서 탕진한 금액만 231억원. 수백억원을 날리고나서야 정신을 차린 정씨는 "도박 중독에 빠진 고객을 보호하지 않고 한도액을 넘겨 베팅하는 것도 묵인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아들이 출입금지 요청서를 제출했던 점 등을 근거로 강원랜드가 출입제한규정을 어겨 이용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베팅한도액 제한 규정 역시 위반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 2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 판단이 잘못됐으니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냈다.(대법원 2010다92438)

대법원은 '자기책임의 원칙'은 카지노 이용을 둘러싼 법률관계에도 적용된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은 "자기 책임의 원칙이 인정되지 않으려면 사업자가 법령상 규제를 어기는 등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없을 정도의 불법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카지노 사업자로서틑 정해진 게임 규칙을 지키고 게임 진행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법에 따라 카지노를 운영하면 될 뿐"이라며 "이용자의 이익을 사업자의 이익보다 우선하거나, 이용자가 지나친 재산상 손실을 입지 않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신의성실이나 사회질서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이용자가 자신의 의지로는 카지노 이용을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도박 중독 상태에 있었고, △이용자의 가족이 절차에 따라 이용 제한을 요청했는데도 조처를 하지 않았을 경우 예외적으로 이용자에 대한 보호의무, 배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이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아들은 강원랜드에 출입금지 요청서를 보내긴 했지만, 다음날 이를 취소했다. 대법원은 "강원랜드가 정씨를 출입제한자로 등록하기 전에 아들이 요청을 철회해 정씨에 대한 적법한 출입제한 요청조차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원랜드가 대리베팅과 베팅한도액을 넘겨 돈을 거는 것도 묵인했다는 정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베팅한도액 제한 조치는 고도한 사행성 조장을 막기위한 것이지 이용자의 재산손실을 막기 위한 규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카지노 직원들이 베팅한도액 제한 규정을 위반했더라도 카지노측이 영업정지 등 행정적 제재를 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용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원랜드가 출입제한행위와 관련해 법을 어겼다는 소수의견도 나왔다. 김용덕·고영한·김창석·김신·김소영·조희대 대법관은 "이용자의 가족이 출입제한 요청서를 발송했으면 철회 역시 강원랜드가 정한 카지노출입관리지침에 따라 문서로 이뤄져야 한다"며 "아들이 전화로 출입제한 요청을 철회하겠다고 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카지노 직원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출입제한 조치를 하지 않아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다면 카지노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덕·조희대 대법관은 베팅한도액 제한 규정 위반에 대해서도 "카지노 게임의 베팅한도액 제한 규정을 둔 것은 이용자가 제한된 위험 범위 내에서만 카지노를 이용하게 해 과도한 재산손실의 위험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용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행위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관련조항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14조(카지노업의 영업에 관한 제한 등)
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법 제11조제3항 단서에 따라 카지노업의 영업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제한을 할 수 있다.

1. 카지노영업소의 미성년자 출입 제한
2.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단체 또는 집단을 구성하거나 그 단체 또는 집단에 자금을 제공한 사람의 출입 제한
3. 카지노영업소의 영업시간 제한
4. 지나친 사행심을 방지하기 위한 다음 각 목의 제한
가. 카지노 이용자에게 빌려 주는 자금의 금액 제한
나. 카지노에 거는 금액의 제한
다. 카지노에 거는 금액 한도별로 영업소 구분 운영

카지노업 영업준칙

9. 카지노사업자는 카지노 영업소 출입자의 신분을 확인하여야 하며,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자는 출입을 제한하여야 한다.
가. 당사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혈족이 문서로써 카지노사업자에게 도박 중독 등 을 이유로 출입 금지를 요청한 경우의 그 당사자. 다만, 배우자·부모 또는 자녀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증빙 서류를 첨부하여 요청한 경우만 해당한다.
나. 그 밖에 카지노 영업소의 질서 유지 및 카지노 이용자의 안전을 위하여 카지노 사업자가 정하는 출입금지 대상자

폐광지역 카지노사업자의 영업준칙

4. 테이블 게임에 거는 금액의 최고 한도액은 일반 영업장의 경우에는 테이블별로 정하되, 1인당 1회 10만원 이하로 하여야 한다. 다만, 일반 영업장 전체 테이블의 2분의 1의 범위에서는 1인당 1회 30만원 이하로 정할 수 있다.
5. 머신 게임에 거는 금액의 최고 한도는 1회 2000원으로 한다. 다만 비디오 포커게임기는 2500원으로 한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