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충' '한남충'…혐오도 '표현의 자유'일까?

[Law&Life-혐오할 자유? ①] 혐오표현이 실제 차별로 이어질 수도…"차별금지법 제정해야"

박보희 기자 2018.01.19 05:00

#2018년 새해 첫날 독일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베아트릭스 폰 슈토르히 의원이 트위터에 이슬람 혐오표현이 담긴 글을 올리면서다. 트위터사는 해당 글을 삭제하고 슈토르히 의원의 계정을 12시간동안 차단했다. 트위터사가 강경 대응한 것은 혐오 발언이나 가짜 뉴스를 방치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에 최고 5000만 유로(약 640억원)의 벌금을 물리는 법이 올해부터 독일에서 시행됐기 때문이다. 슈토르히 의원은 혐오 조장 혐의로 벌금 또는 징역형에 처할 상황에 처했다. 극우 정치인들은 "SNS 게시물 삭제는 검열"이라며 반발했다. 

#칼럼리스트 은하선 작가가 EBS 프로그램 '까칠남녀'에서 강제 하차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최초 젠더 토크쇼를 표방한 '까칠남녀'는 지난해말부터 올초까지 2회에 걸쳐 성소수자 특집을 방송했다. 이후 시청자 게시판은 성소수자 혐오글이 도배가 됐다. EBS 사옥 앞에서는 방송폐지 집회가 열렸다. '까칠남녀' 측은 성소수자라고 '커밍아웃'한 은 작가에게 하차를 통보했다. 이번에는 '까칠남녀' 출연진들이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은 "명백하게 성소수자의 입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EBS의 결정을 비난했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전세계적인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김치녀', 한국 남성을 낮잡아부르는 '한남충'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여성보다도 소수인 성소수자, 이주민들에 대한 혐오는 말 할 것도 없다.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각종 혐오표현들은 이미 온라인 세계에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일종의 '표준어'가 됐다. 

독일 등 일부 선진국들은 이미 혐오표현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혐오표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혐오표현에 대한 금지가 '표현의 자유'와 부딪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혐오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과연 혐오표현의 자유도 보장돼야 하는 걸까? 


◇혐오표현이 실제 '차별'로 이어질 수도

혐오표현이 문제인 이유는 '표현'이 혐오를 받는 당사자들의 실질적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에서 지지를 받은 혐오표현은 차별이란 형태로 '오프라인', 즉 현실에서 발현된다. 은 작가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방송 하차를 통보받은 게 그런 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저서 '말이 칼이 될 때'에서 "핵심은 혐오가 차별을 재생산하고 있는지 여부"라며 "혐오표현은 차별을 재생산하고 공고히 만들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식으로든 혐오표현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대표적인 법적 대응 방안은 '모욕죄' 적용이다. 형법 제311조는 '공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모욕을 당한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되지 않는 한 적용이 힘들다. '김치녀' 등 혐오표현은 한국 여성 전체를 조롱하는 말이지만 당사자를 특정하지 않은채 사용되면 모욕죄 적용은 어렵다. 법은 있지만 실효성의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모욕죄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도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당장 '표현의 자유' 억압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 홍 교수는 "규제해야 할 나쁜 표현이 있다고 국가에 망치를 쥐어주면 국가가 그 망치를 이들에게만 휘두르지 않을 수도 있다"며 "엉뚱하게 다른 표현물이 얻어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각에선 모욕죄를 없애자는 주장도 나온다. 시민단체 오픈넷은 지난달말 "모욕죄는 약자의 입을 막는 도구로 남용돼왔고, 기준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판사도 어떤 표현이 모욕인지 아닌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며 모욕죄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우리나라에서도 독일처럼 IT(정보통신) 서비스 업체들에 상시 모니터링 의무와 불법정보 유통의 책임을 지우는 법안이 발의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9일 내놓은 이른바 '뉴노멀법'(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다. 이에 오픈넷은 "일반적 감시의무를 법제화하는 것"이라며 "인터넷에 사업자들의 사후적 암묵적 승인을 얻은 게시물만 남기는 결과를 낳아 표현의 자유 극대화 도구인 인터넷의 의미를 상실시킨다"고 반발했다.

일각에선 혐오표현의 한계를 규정하고 실질적으로 차별을 막을 수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홍 교수는 "차별금지법은 여러 혐오표현에 관한 규제를 총망라하는 법"이라며 "형사처벌이 아닌 자유적 해결, 조정, 소송 지원 등 다양하고 유연한 접근 방식을 취하는 차별 구제는 오남용 가능성이 적으므로 금지되는 혐오표현의 범위를 넓게 잡아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 제정을 통해 '사회는 어떤 혐오와 차별도 용인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다. 소수자가 혐오표현을 듣고 '공포'나 '위협'이 아닌 '나쁜 농담' 정도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실제 '혐오에 따른 차별 또는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혐오 발언을 하는 이가 오히려 '소수'이고 이들로부터 제3자인 주변인들이 소수자를 지지하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혐오에 대항하는 연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홍 교수는 "'맘충'이나 '노키즈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와 엄마가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맘충' 따위의 표현은 농담으로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혐오 표현을 용인하지 않다는 확신, 메지지를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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