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공부하고 백수"…'변시 낭인·변포자' 쏟아내는 변호사시험

[서초동살롱] 자격시험화·로스쿨 입학 정원 축소 등 대안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1.22 05:00


“이럴 줄 알았으면 시작하지 않았을 겁니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최근 치러진 제7회 변호사시험(변시)을 본 학생의 말입니다. 그는 로스쿨 진학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에겐 이번 시험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사법시험과 달리 변시는 응시 횟수가 5년간 5회로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내년에 붙으면 된다고 생각해 친구들과도 연락을 하며 지냈지만 지금은 모두 연락이 끊겼습니다. 공부 때문이기도 하지만 변호사가 돼 사건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과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변호사 아닌 친구들과의 교류는 더 어렵습니다. 로스쿨을 사시보다 쉽다고 보는 일반 사람들의 인식에 5번이나 시험을 본 그는 이미 패배자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죠. 가족들도 이제는 "다른 길을 찾자"고 합니다. 8년 전 당당히 로스쿨에 합격해 법조인의 꿈에 부풀었던 그는 어디로 간 걸까요.

‘변시 낭인’ 문제는 해마다 심각해집니다. 매년 응시 인원은 늘지만 합격자 수는 거의 동일하게 유지돼 변시 탈락 인원이 누적되면서 입니다. 이 때문에 2012년 1회 당시 87.1%였던 변시 합격률은 해마다 낮아져 결국 지난해 6회 변시에선 51.4%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번 7회 변시에선 50%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통상 해마다 1500명 정도가 합격하는데, 이번에 응시 원서를 낸 사람은 3490명에 이릅니다.


변시를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5회까지만 응시할 수 있게 한 건 사시처럼 연거푸 불합격하고도 계속 시험에 응시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였는데요. 로스쿨생들은 이 조항에 대해 "응시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과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지만 모두 합헌 결정이 나왔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로스쿨을 다니다 자퇴하기도 합니다. 또 자격 제한에 걸리기 전 3번 정도 본 후 변시를 포기해 '변포자'(변시포기자)가 되기도 합니다. 변포자와 함께 응시 제한 조항에 걸려 변호사 자격을 얻지 못하는 로스쿨 졸업생들을 모두 ‘변시 낭인’으로 봐도 무리는 없을 겁니다.

변시 낭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취업이 어렵다는 건데요. 로스쿨 진학 후 3년, 변시 공부를 위해 최대 5년을 보내고 나면 길게는 8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데 그 기간은 결국 경력상 공백기로 남습니다. 로스쿨 석사 학위는 있지만 이를 인정받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보통 더 이상 변시를 보지 못하게 되면 다른 시험을 준비하곤 합니다. PSAT 등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회계사 등 전문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기도 하죠. 로스쿨을 다니며 석사 학위를 이미 땄기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노리거나 유학을 가기도 합니다. 일반 회사의 법무팀이나 국회 보좌진, 언론사의 법률 전문기자로 취업하는 것도 법적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선택이죠. 창업을 하거나 학원강사로 자리를 잡기도 합니다. 


불합격자 누적에 따른 ‘변시 낭인’ 문제의 해법은 없을까요? 변시 자격시험화를 주장하는 측에선 로스쿨 도입 당시 논의된 것처럼 3년 동안 로스쿨에서 정상적으로 공부하면 변호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야 고학력자들이 시간을 허비하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로스쿨 입학 정원 축소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로스쿨 제도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법률 지식을 쌓아 사회 전반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는 게 기본 취지입니다. 8년 동안 법률을 공부하고도 패배자로 남는 변시 낭인이 날로 늘어나는 건 원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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