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병원은 불법" 의료법, 위헌일까?

[the L 리포트] "의사 1명당 병원 1곳만 운영 가능"…'네트워크 병원 금지' 의료법, 공은 헌재로

박보희 기자 2018.01.21 17:19

한 명의 의사가 여러 개의 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는 이른바 '네트워크 병원'도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의료법은 한 명의 의사는 병원 한 곳만 개설해 운영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체인 형태의 네트워크 병원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그러나 법원은 '의사' 명의로 설립한 병원인만큼 '사무장' 병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정당하게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네트워크 병원을 불법화한 의료법 조항은 현재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부장판사 김용철)는 유디치과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유디치과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료법을 위반한 것 만으로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것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사 1명당 병원 1곳만 운영 가능"

사건은 2012년 의료법 33조 제8항이 '의료인은 어떤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로 개정되면서 시작됐다. 법 개정 전에는 한 명의 의사가 두 개 이상의 병원을 '개설'하는 것만 금지됐지만, 개정 후 '운영'까지 금지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의사 한 명이 여러 곳에 지점 병원을 세우거나 두 곳 이상의 병원 운영에 관여하는 이른바 '네트워크 병원'은 사실상 불법이 됐다. 

의사들 간 동업 형식으로 운영되던 대표적인 네트워크 병원인 유디치과는 의료법이 개정되자 동업 관계를 해지했다. 대신 주식회사 유디(병원경영지원회사)를 설립해 경영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2015년 11월 유디치과에 대해 "사실상 주식회사 유디 측이 운영에 관여하는 등 의료법을 위반했다"면서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같은 통보를 받은 건강보험공단은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유디치과에게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는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았을 경우 이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유디치과 지점 19곳에 27억4080만원에 이르는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하자 유디치과 측은 "의료인이 개설한 병원으로 국민건강보호법상 요양기관에 해당하고 요양급여기준에 따라 환자들을 진료했다"며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대상이 아니니 이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복수 병원 운영 맞지만 요양급여 환수는 부당…사무장 병원 아니야"

법원은 유디치과의 의료법 위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요양급여비용 환수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2년 6월 유디치과 전 지점에 관해 동업계약을 해지한 이후에도 여전히 주식회사 유디 등을 통해 각 지점의 인적, 물적 설비를 관리하면서 의사들의 의료행위에 개입했다"며 "주식회사 유디가 각 지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고 지점 병원장들은 형식상 개설명의자에 불과했다"며 의료법 위반 혐의는 인정했다.

다만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거나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요양급여비용 환수 대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재판부는 먼저 '네트워크 병원'은 비의료인이 병원을 세운 이른바 '사무장 병원'과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은 국민 건강보호와 증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료행위에 엄격한 자격요건을 구비하도록 하는 의료법의 기본 목적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사 1인 중복 개설 금지'에 대해서는 "정보 공유, 공동 연구 등을 통한 의료서비스 수준 제고, 공동 구매 등을 통한 원가절감 등 순기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리법인의 형태를 방지하기위한 정책상의 이유 때문"이라며 "의료법 제33조 제8항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아도 개설 허가가 취소되거나 의료기관 폐쇄명령의 대상이 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당이득'으로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되는데 개설허가가 취소되거나 의료기관 폐쇄명령이 내려질 때까지는 보험급여비용을 받는 것을 부당이득으로 보긴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사가 병원을 세웠다면 병원이 폐쇄되거나 개설 허가가 취소되지 않는 이상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앞서 대표적인 네트워크 병원 중 하나인 튼튼병원 역시 같은 이유로 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내렸지만, 취소 소송을 통해 같은 판단을 받았다.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2부(부장판사 이균용)는 "사무장 병원과 네트워크 병원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고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며 1심을 뒤집고 환수 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네트워크 병원 금지 의료법, 공은 헌재로

'네트워크 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2012년 의료법 개정 이후 끊이질 않고 있다. 당초 법안은 '병원이 영리적 목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제한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해당 병원들은 오히려 '저렴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법으로 막아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2015년 9월 헌재에 위헌소송을 냈다.

네트워크 병원 설립에 반대하는 측은 "네트워크 병원 운영을 허용하면 병원이 국민 건강보다 영리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의사 한 명이 여러 병원을 운영할 경우 사실상 '영리법인'을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네트워크 병원 측은 "오히려 환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들은 "자재 공동구매, 공동 마케팅 등의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해 진료 가격을 낮췄고 경쟁력을 높였다"며 "네트워크 병원 금지는 해외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과잉 규제"라고 주장한다.

경기도 파주에서 치과의원을 운영하는 고광욱 유디치과 원장은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임플란트 시술 비용을 100만원 이하로 낮추는 등 치과 문턱을 낮췄는데 이를 의료민영화로 공격한다"며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서비스 경쟁이 필요하다. 헌재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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