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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단순노무 불가' 외국인 쓴 사장, 처벌받을까?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1.25 05:05

회사에서 단순노무직에 쓸 수 없는 외국인을 단순노무직으로 고용해 법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회사의 대표이사까지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2017도3005 판결)

A사는 다세대주택 신축공사를 하면서 단순노무직에서는 일할 수 없는 F-4 비자를 가진 외국인을 고용해 단순노무직으로 썼다가 적발됐습니다. 
F-4 비자는 해외국적 동포를 위한 일종의 특별비자로 해외국적 동포에 최대 3년까지 취업 등의 경제 활동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노무직으로 취업할 수 없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94조 9호 등에 따르면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고용한 사람'은 처벌받게 돼 있습니다. 

A사는 이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인력업체인 B사로부터 인력을 공급받아 왔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적이 있었죠. 또 A사는 B사로부터 근로자들의 주민등록번호 또는 외국인등록번호 등에 관한 정보를 받아 근로자들이 외국인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A사의 대표이사는 외국인 근로자를 소개받아 고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체류자격을 확인하지 않았다가 A사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재판에서는 A사가 아닌 A사의 대표이사까지 ‘고용한 사람’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1심 법원은 A사의 대표이사에 대해 “고용계약을 체결한 계약당사자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인력 수급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2심은 A사의 대표이사에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체류 자격 등을 확인하지 않아 취업비자 없는 외국인을 고용하는 행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A사의 대표이사가 취업비자 없는 외국인을 고용한 것을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A사의 대표이사에 대해 “공사현장을 전반적으로 관리·감독하기는 했으나 일용직 근로자의 수급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다른 직원들이 일용직 근로자들을 모집해 일을 시켰고 임금을 지급할 때가 돼서야 대표이사가 근로자들의 인적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고 봤습니다.

이어 대법원은 “원심에서 이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경위 등을 심리해 A사의 대표이사가 체류자격을 받지 않은 외국인을 고용한 사람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이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원심 판결에는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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