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에서 혼자 술 먹고 '쿵'…'업무상 재해'일까?

나정은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2018.01.30 14:51


회사 회식에서 근로자가 자발적인 과음을 한 것이 원인이 돼 부상이 발생하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13두25276 판결).

사업주가 지배나 관리를 하는 회식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해 음주를 한 것이 주된 원인이 돼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여기 그 기준과 더불어 업무와 과음, 그리고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의 판단 기준을 정리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한다.

이 사건의 원고는 회사 근로자로서, 회사 직원 30명과 함께 1차 팀 회식을 한 다음, 같은 날 저녁 9시경 소외 1을 포함하여 12명의 직원과 함께 바로 옆 건물 4층에 있는 노래연습장으로 자리를 옮겨 2차 회식을 했다. 원고는 위 노래연습장으로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을 찾기 위해 노래연습장에서 나와 같은 층에 있는 비상구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그 안쪽에 있던 밖으로 나 있는 커다란 창문을 화장실 문으로 오인해 밑에 놓여 있던 발판을 밟고 올라가 그 창문을 열고 나갔다가 건물 밖으로 추락해 ‘골반골절, 천추골절 등’의 부상을 입게 되었는 바, 이를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원고가 1차 회식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셔 만취한 상태였으나, 소외 1이 원고 등 참석 직원들에게 술잔을 돌리거나 술을 마시지 않는 직원에게 술 마시기를 권하지는 않은 사실, 소외 1은 주량이 소주 반병 정도이나 당시 맥주 한 잔 정도를 마셨고, 화장실에 간다고 나간 원고가 돌아오지 않자 다른 직원인 소외 2에게 원고를 찾아보라고 지시하기도 한 사실 등에 비춰 볼 때 원고의 부상에는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회식자리로 인한 업무상재해에 관한 판례에서 상당인과관계 인정여부가 중요할 것인바, 유사한 사례로 거래처 직원의 대리기사를 불러주다가 부상을 당한 판례에서는 업무상재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반면 해당 사안에서는 원고가 만취하기는 했으나, 회사차원에서 술을 권유하거나 강제하지 않은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업무상재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나정은 변호사는 노동, 산업재해, 의료, 보험, 교육행정 관련 사건을 다루며 송무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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