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계약금도 줬는데…" 집값 오르니 계약 깨자고?

[Law&Life-집값 폭등의 그림자 ①] "계약해지 막으려면 계약금 15~20%로 높이고 중도금은 일찍"…해약금은 '준 돈' 아닌 '총 계약금'의 2배

박보희 기자, 이보라 기자 2018.02.02 05:01

#지난해 9월 7억원에 아파트를 계약하고 올해 2월 이사를 준비하던 A씨는 갑자기 집을 팔지 않겠다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눈 앞이 깜깜해졌다. 이미 계약금 7000만원까지 보낸 후였지만 집 주인은 해약금으로 계약금의 2배인 1억4000만원을 주겠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알고보니 7억원이던 시세가 개발 호재 때문에 8억5000만원 이상으로 갑자기 뛰면서 집주인이 마음을 바꾼 것이었다. 집주인 입장에선 해약금을 물어줘도 더 비싼 값에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게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전세 계약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A씨는 급히 다른 집을 알아보고 있지만, 그 사이 집값은 올라 다시 전세를 얻어야 할 처지가 됐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집을 내놓은 B씨는 아파트 부녀회에서 문자를 받았다. 부녀회는 얼마 이하로는 집을 내놓지 말라며 "만약 이보다 낮은 액수로 계약을 했다면 계약금 액수에 따라 위약금을 보태줄 수도 있다"고 했다. B씨는 "부녀회에서 부동산 업자들을 모아놓고 얼마 이하로는 집을 내놓지 못하게 하라며 실력행사를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부녀회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아파트 값을 올리기 위해서다. 최근 동네 집 값이 급등하면서 500만~1000만원 수준이던 가계약금도 5000만원으로 올랐다. 두 배의 위약금을 주고서라도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이들이 많아지면 계약취소를 막기 위해 가계약금을 올린 것이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자고 일어났더니 수천만원씩 올랐다는 곳들도 적지 않다. 실제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주택매매 가격은 한달새 1% 가까이 올랐고, 강남구와 송파구는 2% 넘게 뛰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집을 사려고 계약금까지 보냈는데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받아 피해를 본 이들의 사연이 적지 않다. 일생의 가장 큰 선택 중 하나인 주택매매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을 때 법적으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계약을 할 때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방적 계약 취소…어쩔 수 없다?

주택매매 계약은 양쪽의 합의로 이뤄지는 사적 계약이다. 일방이 계약해지를 통보하면 황당하지만 막을 수는 없다. 법은 다만 약속을 어길 경우 해약금이나 위약금을 주도록 하고 있다. 민법 제565조에 따르면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주고받았을 경우 팔기로 한 쪽은 계약금의 두 배를 주고, 사기로 한 쪽은 이미 준 계약금을 포기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문제는 집값이 빠르게 올라 해약금을 주고서라도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사람에 파는 것이 더 유리할 때다. 물론 이런 경우 집을 사려는 사람은 어떻게든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 박원값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값 폭등기에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며 "정해진 해약금을 지급한다면 못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집을 사려는 쪽은 이런 피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걸까?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박 위원은 "계약금을 15~20%까지 걸어 해약금을 높이고, 중도금 지급 일시를 짧게 잡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계약금은 집값의 10%로 정하지만 조정할 수 있다. 또 중도금을 지급하고 나면 집은 양측의 공동소유가 돼 한 쪽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해약금은 '준 돈' 아닌 '총 계약금'의 2배"

문제는 집값 폭등기엔 집을 사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 쪽이 '갑'이어서 사려는 사람이 원하는대로만 계약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승배 트러스트부동산 대표는 "집주인은 계약 관계를 깰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길 원하고, 집을 사는 사람은 집값이 중간에 올라도 계약을 유지하기를 바한다"며 "이해관계가 상충된다"고 말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해약금을 줄이기 위해 계약금 일부만 먼저 받고 추가 계약금 지급 전 계약해지를 통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약금은 받은 돈이 아닌 계약금 총액에 따라 정해진다. 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린 적이 있다. A씨는 11억원에 아파트를 사면서 계약금 1억1000만원 중 1000만원은 계약한 날 주고, 나머지 1억원은 다음 날 은행계좌로 보내주기로 했다. 그런데 집주인 B씨는 다음날 부동산에 계약해제를 통보하고 계좌를 해지했다. B씨는 받은 돈의 2배인 20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A씨는 계약금은 1억1000만원이니 1억2000만원을 줘야한다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것은 실제 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한 계약금"이라며 "실제 받은 계약금만 돌려주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면 받은 금액이 소액일 경우 사실상 계약을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어 부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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