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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男男-女女…'동성 강간'도 처벌 받을까

2012년 형법 개정 '유사강간죄' 신설…동성간 성폭행도 유사강간으로 처벌

유동주 기자 2018.02.08 05:30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영화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이 지난 1월 대법원으로부터 ‘준(準)유사강간’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런데 '준유사강간'이 뭘까?

현행 형법은 여성 사이의 ‘강간’을 인정하지 않는다. 형법상 강간은 남녀 성기의 결합을 전제로 한 개념이다. 따라서 여성 간 강간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감독에게 '준유사강간'이란 죄목이 적용된 이유다.

남성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성이 남성을 강간한 사례도 유사강간에 해당한다. 2012년 형법 개정으로 성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을 뜻하는 ‘부녀(婦女)’에서 남성을 포함한 ‘사람’으로 확대됐지만, 이는 여성이 가해자이고 남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인정된다는 의미일 뿐이다. 실제로 2015년 내연남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한 여성이 강간미수로 기소되기도 했다.

남성에 의한 남성 강간은 성전환수술을 한 트랜스젠더가 피해자인 경우에만 인정된다. 대법원은 2009년에야 성전환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강간죄를 인정했다. 그전까지는 법적으로 남성인 트랜스젠더에 대한 강간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이 감독에게 적용된 ‘유사강간죄’도 2012년 형법 개정과 함께 신설된 죄목이다. 형법 제297조의 2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한다)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로 규정돼 있다.

당시 법 개정 취지는 변화된 시대 상황을 반영해 다양화된 성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유사강간죄 신설, 성범죄 피해자 범위 확대 외에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도 폐지됐다. 여성의 성적 주체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혼인빙자간음죄’도 사라졌다.

‘유사강간죄’가 2013년부터 도입된 이후 여성이 단독으로 여성을 유사강간해 형사처벌 받은 경우는 이 감독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에게 적용된 '준유사강간'은 피해자가 술에 취하는 등 심신상실이거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을 때 유사강간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 법정형은 유사강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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