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 녹음파일에 질문없고 대답만…증거 될까?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2.08 05:05


재판 도중에 증거로 제출된 녹음파일에 질문은 녹음돼 있지 않고 대답하는 부분만 녹음돼 있다면 신빙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본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A씨는 2015년 5월 경북 울진군 자택에서 남편 B씨와 고기잡이 그물을 분실한 것을 두고 말다툼을 했습니다. 부부싸움 도중 B씨가 먼저 "죽어버리겠다"고 하자 A씨는 "이거 먹고 죽어라"라고 말하며 집에 있던 제초제를 건네준 뒤 자리를 떴다가 남편 B씨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 일로 B씨는 제초제를 마시긴 했지만 토해냈고, 이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농약중독으로 결국 숨졌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는 증거로 제출된 B씨의 음성파일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B씨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병문안을 왔던 딸이 녹음한 음성파일이었습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음성 녹음 파일을 신빙성 있는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문제는 이 녹음 파일의 상태였습니다.

딸이 제출한 녹음 파일에는 딸이 대화하면서 질문을 한 부분이나 반응을 보인 부분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오직 질문에 대해 대답한 B씨의 음성 부분만 남아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파일을 녹음한 딸은 스스로 법정에서 “피해자의 말을 들은 후 녹음이 필요할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이야기해보라’라고 말한 후 녹음하게 됐다”라고 진술해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과정에서 녹음이 이루어진 것은 아님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을 반영해 1·2심 법원은 “과연 딸이 어떤 질문을 했고 B씨의 대답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B씨의 당시 심리상태가 어떠했는지 여부 등을 전혀 확인할 수가 없어서 녹음파일 자체만으로는 녹음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선뜻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범죄 사실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어 1·2심 법원이 "녹음 진술의 구체적인 내용, 녹음 진술을 한 시기, 녹음 진술 당시의 대화 방식, 녹음파일에 수록된 피해자 진술의 분량 등을 종합해 보면 자신이 원하는 구체적인 답변을 유도해 녹음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본 점도 판결의 이유가 됐습니다.


대법원도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 오인의 위법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2017도10940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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