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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건'이냐 '조작증거'냐…태블릿PC의 진실은

[최순실 '운명의 날' ②] 검찰 "태블릿-최순실 붙어다녀" vs 최순실 "이런 것 쓴 적 없다"

김종훈 기자 2018.02.13 05:02
최순실씨./ 사진=뉴스1

"저는 이 자리에서 평화통일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북한 당국에게 세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66)은 2014년 3월28일 독일 드레스덴 공대 연단에 올라 통일을 위한 자신의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른바 '드레스덴 선언'으로 불린 이 연설문은 철저한 보안 아래 작성됐다고 한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이 연설하기 바로 전날 연설문이 외부로 흘러나갔다. 검찰이 최순실씨(62)의 것이라고 밝힌 태블릿PC를 통해서다.

이 태블릿PC는 언론에 공개된 이후 '국정농단의 스모킹건'으로 불렸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배후에서 국정을 쥐락펴락했음을 보여주는 물증이라는 뜻이다. 반면 최씨는 '기획된 국정농단'을 위한 조작 증거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1심 재판부는 13일 최씨에 대한 선고를 통해 이 태블릿PC의 진위 여부와 증거능력에 대해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태블릿PC 관련 검찰 수사와 법정 증언을 종합하면 이 기기는 2012년 6월22일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개통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함께 일하던 이춘상 전 보좌관이 '이동하면서 볼 수 있는게 뭐가 있느냐'고 물어 이 기기를 제공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태블릿PC가 개통 직후 어떤 경로를 거쳐 최씨 수중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그해 7월 독일을 두 차례 방문했다. 태블릿PC에 기록된 위치정보에 따르면 이 기기도 같은 기간 독일에 있었다. 개통자인 김 전 행정관도 2013년 초쯤 최씨로부터 "그런데 태블릿PC를 네가 만들어줬다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태블릿PC에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이 "보냈습니다"라고 발신한 문자메시지가 발견된 점도 검찰 주장을 뒷받침한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발송한 뒤 확인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최씨 측은 자신은 태블릿PC의 주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으로 확인한 결과 태블릿PC와 최씨의 모든 동선이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 점 △드레스덴 연설문을 이 기기에 다운로드한 사용자 아이디는 제3자의 것으로 보이는 '송파랑'이라는 점 △태블릿PC의 다른 사용자로 '철수', '가온', '유연' 등 여러 아이디가 저장돼 있어 복수의 인물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강조했다.

또 최씨 측은 태블릿PC는 조작·오염됐으므로 유죄의 증거로 쓰여선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JTBC가 밝힌 태블릿PC 입수 경위와 기기에 기록된 사용내역이 서로 어긋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JTBC는 지난해 10월18일 서울 신사동 더블루K 사무실 안 방치된 책상 안에서 이 기기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건물 관리인의 법정 증언에 따르면 당시 시각은 오전 11시쯤이다. 태블릿PC 속 드레스덴 연설문 파일이 열린 시각은 오전 8시16분쯤이다. 이런 정황들을 보면 책상 안에 보관돼 있어야 할 태블릿PC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었던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검찰은 최씨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우선 드레스덴 연설문이 10월18일 오전 8시16분에 열람됐다는 주장에 대해 검찰은 한국 시간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드레스덴 연설문 파일 열람에 쓰인 한컴오피스 뷰어 프로그램은 영국 그리니치 표준시로 시간을 표시하기 때문에 9시간의 시차가 있다는 취지다. 검찰의 해명대로라면 드레스덴 연설문 파일이 열람된 시각은 오후 5시16분쯤이다. 기기 충전을 마치고 오후 5시쯤 파일을 열었다고 한 JTBC 해명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최씨 측은 주인이 누구든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인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JTBC가 검찰에 제출하기 전 수차례 데이터를 열람해 증거로서의 무결성이 훼손됐다는 취지다. 최씨는 법정에서 태블릿PC를 직접 본 뒤 "이런 것 쓴 적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을 향해 "그렇게 자신 있으면 왜 조사 과정에서 나에게 실물을 안 보여줬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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