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자수첩] '맏언니' 조희진이 먼저 해야할 일

한정수 기자 2018.02.14 04:00
“이 군대같은 데서 온갖 풍파를 이겨내고 여성 1호 검사장이 됐다고, 모르긴 몰라도 얼마나 남자다움을 강요받았겠냐.”

성추행을 당했다는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꾸려진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의 단장인 조희진 검사장의 자격 논란이 불거지자 한 검사가 털어놓은 말이다. 검찰 일각에서 조 검사장이 제대로 단장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서 검사의 폭로 후 이틀 만인 지난달 31일 검찰은 조 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을 꾸렸다. 여검사들의 ‘맏언니’가 사건을 명명백백히 밝혀줄 것이라는 기대가 쏟아졌다. 직접 이 사건을 검찰 내 양성평등 실현의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도 보였다.

그런데 조사단 구성 직후 임은정 검사가 조 단장 사퇴를 촉구하는 이메일을 문무일 검찰총장 등에게 보낸 일이 알려지며 기대가 퇴색되기 시작했다. 임 검사는 과거 자신이 한 검찰 간부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하자 조 검사장이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내부 게시판에도 글을 올려 자신이 과거 성추행을 당했고, 한 여검사 모임에서 조 검사장에게 이를 털어놨으나 어떤 후속 조치도 없었다고 했다.

“그 때 뭔가 조치를 해줬다면 서 검사의 강제추행 피해가 없었거나, 피해가 있었다고 해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며 “직장 내 성폭력이 왜 지금껏 덮였는지에 대해 조 검사장도 조사를 받아야 할 객체”라고까지 했다. 

조 검사장은 자격 논란에도 “수사 결과로 말하겠다”는 짧은 입장만 내놨다. 사과나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다. 조사단 관계자들은 “처음에 말했을 때와 같고 그 외에 입장을 밝힌 것이 없다”고 했다.

임 검사의 말이 사실이면 조 검사장은 이제라도 인정할 것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거짓일지라도 이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있어야 한다. 사건의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도 있지만 조사단의 신뢰가 걸려 있는 문제다. 후배의 성추행 피해를 묵살한 이가 진행한 조사 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는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사회부 법조팀 한정수 기자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