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1심' 물 두번 마시고 2시간 마라톤 선고…'긴장'

최순실 선고 끝나고 한쪽 입꼬리 올린 채 덤덤히 퇴정

김종훈 기자 2018.02.13 21:08


최순실씨./ 사진=뉴스1


13일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최순실씨(62)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최씨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2개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 전부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최씨가 어떤 방식으로 국가권력을 이용해 기업들을 쥐락펴락했는지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날 추첨을 통해 방청권을 얻은 시민들과 취재진이 몰리면서 417호 법정은 빈 자리없이 가득 찼다. 검찰과 특검, 변호인단과 20명이 넘는 방호원까지 합쳐 200명에 가까운 인원이 모였다. 방호원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방청석을 주시했다. 빨간색 구급가방을 들고 있는 직원도 보였다. 침묵 속 긴장감이 감돌았다.

재판부는 오후 2시9분쯤 입정했다.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와 배석판사들 모두 침착한 표정이었다. 김 부장판사가 "피고인들 모두 들어오길 바랍니다"라며 입정을 명하자 최씨가 먼저 들어왔다. 검은색 안경에 감색 정장 차림이었다. 최씨는 재판부를 향해 고개만 숙였다 든 뒤 피고인석으로 가서 앉았다. 안 전 수석은 쑥색 수의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정장을 입고 피고인석에 자리했다.

김 부장판사는 "판결을 선고한다"라는 말과 함께 선고 요지를 읽어내려갔다. "설명할 양이 많아 내용을 다 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판단 요지만 설명하겠다"고 했음에도 상당한 분량이었다.

이날 판결을 통해 김 부장판사는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66)을 움직여 사익을 추구했으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9)은 이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의 현안 해결에 힘써달라는 묵시적인 청탁과 함께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쪽에 70억원을 뇌물로 건넸다는 신 회장의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김 부장판사의 판결 중에는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와 입장을 달리하는 내용도 있었다. 먼저 김 부장판사는 안 전 수석이 작성한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앞서 정 부장판사는 이 수첩에 간접증거 이상의 가치는 부여할 수 없단 이유로 증거능력을 배제했었다. 자신의 수첩에 대한 설명이 나오자 안 전 수석은 고개를 숙이고 입을 비쭉 내미는 등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김 부장판사는 또 마필 살시도와 비타나, 라우싱 등에 대한 소유권은 최씨에게 있었다고 봤다. 마필 소유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삼성이 쥐고 있었다는 정 부장판사의 판단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판단 아래 김 부장판사는 승마지원 관련 뇌물액수를 72억원으로 산정했다.

판결이 선고되는 동안 최씨는 안경 밑으로 손을 넣어 눈가를 문지르고 변호인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메모를 남겼다. 안 전 수석은 재판 초반부터 호소했던 요통 떄문인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얼굴을 찡그렸다. 신 회장은 묵묵히 앉아 별 다른 표정 없이 앞에 놓인 책상을 응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오후 4시21분 주문을 낭독할 때까지 계속 요약문을 읽어내려갔다. 법대에 놓인 생수로 두 번 목을 축일 때를 제외하고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최씨가 휴식을 요청하자 "최씨의 양형이유를 가장 마지막에 설명하겠다"며 잠시 법정에서 내보낸 뒤 계속 선고를 진행했다.

선고가 마무리되자 최씨는 변호인과 잠시 대화를 나눈 뒤 법정을 나섰다. 한 쪽 입꼬리를 올린 채 덤덤한 표정이었다. 검찰이 징역 25년을 구형하자 고성을 질렀던 결심공판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안 전 수석도 묵묵히 퇴정했다.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은 신 회장은 법정구속되기 전 할말이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한 뒤 법원 직원들을 따라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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