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마다 '생활고'…"돈 없는데 알바도 못해요"

학교 비정규직, 방학 때 '비근무 무임금'…아르바이트 하려면 교장 허가 받아야

이보라 기자 2018.02.15 05:10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사진=뉴스1

"방학 때 애들 용돈도 주고 반찬 값도 벌어야 하는데…학교 눈치보여서 일은 못하고 있어요."

경기도 한 학교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공무직)인 조리실무사로 일하는 50대 A씨는 여름·겨울 방학에 월급을 받지 못한다. 방학 땐 학교가 급식소가 운영을 하지 않아 할 일이 없는데, 교육부가 정규직 공무원과 달리 비정규직인 공무직에 대해 '방중 비근무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면서다.

약 10년차인 A씨의 월급은 기본급 160만원에 각종 수당을 포함해 200만원 정도다. 방학 때마다 200만원의 소득이 없어지는 셈이다. 생활비가 반토막 나니 자녀 용돈도 줄이고 장 보는 횟수도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남편이 돈을 버는 A씨는 동료에 비해 사정이 낫다. 혼자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이거나 남편이 돈을 벌지 못하는 동료들은 방학에 '생활고'에 처하는 게 부지기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해 방학 중 근무를 하지 않는 공무직 34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30%가 가정에서 가장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을 쉬게 되면 가족의 생계에 큰 타격을 입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방학 동안 생계 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기간제 근무)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전체의 94.5%를 차지했다. 

하지만 대다수 학교가 공무직의 방학 중 아르바이트 등 겸직을 꺼린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노동자가 다른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가 다쳤을 경우 학교 측이 책임질 것을 우려한다는 지적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공무직 임용 등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무직 노동자가 다른 직무를 겸직할 때는 미리 학교장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나와 있다.

안명자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은 "공무직 근로자가 공무원도 아닌데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건 불힙리한 일"이라며 "한부모 가정 등 생계를 꾸려야 하는 노동자들은 방학 3개월간 당장 먹고 살 게 막막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학 중에 명절 휴가 수당이나 근속 수당 등이 지급돼 일부 보전된다"며 "공무직은 공공부문에 종사해 공무원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부문이 아닌 민간 사업장서도 직무의 전념 의무로 겸직을 허용하지 않는 곳도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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