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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vs 이재용, 검찰 조사 때 전략이 운명 갈랐다

신동빈, '면세점' 대가성 인정…이재용, 일관되게 대가성 부인

박보희 기자 2018.02.14 15:42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스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구속됐던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반면 불구속 상태였던 신 회장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제3자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았지만, 이 부회장은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았고 신 회장은 인정됐다. 검찰 조사 당시 전략이 두 재계 총수의 운명을 갈렸다는 분석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 회장은 최씨가 사실상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출연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당시 "면세점이 현안인 점을 알고 있었다"며 이 돈이 대가성 뇌물임을 사실상 시인했다.

검찰 조사에서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 상황에 대해 "롯데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나 대통령을 상대로 면세점 추가 특허 일정을 최대한 빨리 확정해줄 것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았다"고 진술했다. 당시 롯데는 면세점 심사 탈락으로 인한 고용문제와 매출 하락 등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심사 일정을 앞당길 필요가 있었다.

검찰은 신 회장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그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재판에 넘길 때도 불구속 기소로 처리했다. 사실상 수사 협조자에 대한 선처, 즉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은 13일 신 회장의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6개월에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했다. 실형 선고에 따라 신 회장은 즉시 법정에서 구속됐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시 신 회장이 명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지원을 요청하고 이뤄진 시기는 청와대, 기획재정부, 관세청에서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의 수, 공고 시기 등 향후 추진 일정을 검토하고 있었던 때다. 면세점 특허와 관련한 대통령의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공통의 인식이 있었고, 묵시적 청탁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제3자 뇌물은 공무원에게 직접 건네는 단순 뇌물과 달리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이 입증돼야 한다. 대가성을 인정한 신 회장의 검찰 진술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구속 수사를 피하기 위해 검찰 수사에 협조한 신 회장 측의 전략이 결과적으로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와 관련,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신 회장 측이 '청와대에 부탁한 것이 없다' '내부 현안은 있었지만 대통령에게 부탁해서 해결할 일이 아니었다' 등의 주장을 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대통령의 압박으로 (지원을) 했다는 식으로 주장한 것이 화근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끝까지 대가성을 부인했다. 최씨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미르·K스포츠재단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출연한 자금에 대해서다. 이 부회장은 특검에서 "경영권 승계 절차는 이미 모두 마무리됐었고, 청탁을 할만한 현안이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특검에 의해 구속됐다. 1심 재판에서도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난 5일 항소심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한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모두 무죄로 판단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석방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협조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다고 법원까지 구속시키지 않는 건 아니다"라며 "법원의 선고만 놓고보면 결과적으로 신 회장 측의 전략이 실패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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