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세뱃돈 갖고있다 크면 줄게"…정말요?

[박보희의 소소한 法 이야기] "약속했다면 돌려받을 수 있지만 계약서 등으로 '약속' 입증 안되면 어려워"

박보희 기자 2018.02.15 05:00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누가 뭐래도 설날을 가장 애타게 기다리는 이는 어린이들일 겁니다. 그 이유라면 단연 '세뱃돈' 때문일텐데요. 설날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만큼 설날 내내 열심히 모아놓은 세뱃돈을 '크면 돌려준다'며 가져가는 엄마가 야속할 것도 같습니다.

실제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엄마가 세뱃돈을 다 가져가는데 안뺏길 방법은 없느냐" "엄마에게 세뱃돈을 뺏기지 않는 법을 알려달라" "세뱃돈을 받으면 사고싶은 것이 있는데 또 엄마가 가져갈까봐 걱정된다" 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오는데요. 자녀들에게 세뱃돈은 1년 중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는 날인만큼 엄마와의 신경전이 만만치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크면' 세뱃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걸까요?

"세뱃돈을 네가 다 크면 돌려줄게"라고 약속했다면, 물론 아이가 다 자란 시점에 돈을 돌려줘야겠죠. 민법 제603조에 따르면 (돈을) 빌린 사람은 약정 시기에 이를 돌려줘야 합니다. '다 크면 준다'고 했으니 아이가 다 큰 시점이 세뱃돈을 돌려줘야 하는 시기인 셈이죠.

전문가들은 "물론 돌려받을 수 있지만 입증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말하는데요. 윤보미 변호사는 "실제 다 커서 돌려달라고 했을 때 엄마가 '그래 내가 네가 크면 돌려준다고 하고 돈을 가져갔지'라고 인정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엄마가 '크면 준다고 한 것이 아니라 네가 그냥 나에게 준 것'이라고 할 경우 증거가 없으면 돌려받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돈을 줬다는 사실과 크면 돌려주겠다고 한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돈을 주고 다 크면 받겠다'는 계약서라도 써놓지 않으면 사실 입증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자녀가 "나중에 세뱃돈을 돌려받아야겠으니 계약서를 써달라"고 하면 엄마 입장에서는 엄청난 서운함이 몰려올 일일텐데요. "온갖 정성을 쏟아 먹여주고 키워줬더니, 거기다 세뱃돈을 내가 쓰려고 달라 그러는 것도 아니고 다 널 위한 건데 계약서라니!"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한 일이죠. 

이렇게 계산적으로 나가겠다면 엄마라도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용돈을 줄 때마다 "나중에 커서 갚아라"고 해놓으면 자녀는 역시 약속했던 시점에, 즉 '커서' 받은 용돈을 고스란히 갚아야 합니다. 나중에 자녀가 "다 컸으니 세뱃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엄마는 "다 컸다면 용돈을 갚아라"고 할 수 있는거죠.

결론은 결국 그 돈이 그 돈이니 세뱃돈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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