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터처블' 우병우, '고삐 풀린 권력'의 결말은

[the L 레터] 22일 직권남용 사건 1심 선고…공정위·특별감찰관 등 독립기관에 무차별 외압 행사

김종훈 기자 2018.02.20 05:00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진=뉴스1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했던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2)의 직권남용 사건 재판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든 생각이다.

민정수석은 사정라인을 총괄하는 청와대의 핵심 요직이다. 그 영향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단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지닌다. 우 전 수석에 재판에 넘겨진 건 이 권력을 멋대로 휘두른 탓이다. 우 전 수석의 재판은 청와대의 고삐 풀린 권력이 국가기관의 독립성을 어디까지 침해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거래를 감시하고 제제하도록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이다. 공정위는 2014년 영화산업 실태를 조사한 뒤 CJ CGV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했다. 그런데 신영선 당시 사무처장이 청와대에 불려갔다 온 뒤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다. 계열사인 CJ E&M도 함께 고발하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신 전 처장은 청와대에서 우 전 수석을 만나 "(CJ E&M을) 공동정범으로 고발하면 되는데 왜 고발하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우 전 수석의 '충고'는 김재중 전 국장과 노대래 전 위원장 등 핵심간부들에게만 은밀히 공유됐다. 이후 공정위는 경미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던 CJ E&M의 다른 혐의를 끄집어내 고발의 구실을 만들었다. 막판에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제지해 무산됐지만 이 과정에서 공정위의 직무공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건도 비슷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친인척과 청와대 참모들의 비위를 감찰한다는 직무의 특성상 독립된 지위를 보장받게 돼 있다. 그러나 이 전 특감이 우 전 수석을 감찰하기 시작한 2016년 7월 상황을 보면 '독립'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특감실 직원들은 전방위로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중에서도 경찰관들이 가장 큰 압박을 느꼈다고 한다. 잠시 파견을 나와 있을 뿐 언젠가 원대 복귀해야 하는 처지여서 더욱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경찰청은 우 전 수석을 비호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경찰은 우 전 수석 아들의 의경 인사특혜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채 버티고, 우 전 수석의 주거지에 현장조사를 나간 특감실 경찰관들을 불러 경위를 캐묻기도 했다. 이 전 특감까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직원들에게 "무리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였다. 법정에 나온 경찰 관계자들은 불법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 때문에 특감의 독립적 지위가 흔들렸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공정위와 경찰은 왜 우 전 수석의 눈치를 봐야만 했을까? 김재중 전 공정위 국장은 "기관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다"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들에게 청와대 민정수석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공직 인사검증을 총괄하는 민정수석 입장에선 공정위 또는 경찰 간부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자신을 감찰하는 특감까지 압박하는 민정수석은 그야말로 '언터처벌'이었다. 그렇다고 우 전 수석의 뜻대로 휘둘린 그들의 행동이 정당화될 순 없다. 

수차례 구속 위기를 벗어났던 우 전 수석도 결국 구속돼 이제 법의 심판을 앞두게 됐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오는 22일 1심 선고에서 그에 대한 답이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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