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 "귀신 쫓아줄께" 기도해주고 수억원…사기일까

"전통적 관습 또는 종교행위 허용 수준 벗어났다면 '사기'"

박보희 기자 2018.02.25 05:05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굿을 하지 않으면 다른 가족도 위험하다"며 세월호 유족에게 '굿 값'으로 억대 돈을 받은 무속인이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먼저 내림굿을 받겠다고 말한 점, 굿 값이 얼마인지 듣고 별다른 이의없이 지급한 점 등을 무죄 이유로 들었는데요. 또 무속인이 실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굿을 준비한 점도 '사기'가 아닌 '종교행위'로 인정받는 근거가 됐습니다.

'액운 때문에 일이 안풀린다' '귀신을 달래줘야 원하는 일을 이룰 수 있다'는 등의 말에 굿을 하기도 하고 부적을 쓰기도 합니다. 결국 마음의 평안을 위한 결정일텐데요. 마음의 평안을 얻으려했다가 오히려 혼란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도비, 굿 값 등의 명목으로 수억원에 이르는 돈을 무속인에게 줬다가 나중에 사기를 당했다며 소송을 냈다는 얘기도 종종 들리는데요. 실제 '사기가 맞다'는 판결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 사기가 되는 걸까요.

A씨는 정신분열증을 앓는 아내때문에 고민이었는데요. 우연히 이를 알게된 B씨는 "아내가 귀신에 씌였다. 기도와 기치료를 하면 나을 수 있다"며 A씨에게 기도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았습니다. 또 "아들에게 액운이 있으니 골프공에 아들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어 골프채로 쳐서 액운을 쫓아내야 한다" "아내의 몸에 붙은 귀신이 가족들에게 돌아다닌다" "작은 딸도 귀신이 씌어서 취직도 되지 않고 많이 휘둘린다. 3000일 기도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돈을 요구했습니다. 이렇게 A씨가 B씨에게 준 돈이 6년간 1억89만원에 달했습니다.

1,2심 법원은 "B씨가 실제 기도행위를 했고, 피해자도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며 사기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사기가 맞다'고 본 것인데요.(대법원 2016도12460)

대법원은 "피해자에게 불행을 고지하거나 길흉화복에 관한 어떤 결과를 약속하고 기도비 등의 명목으로 대가를 받은 경우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B씨의 행위는 "전통적 관습, 종교행위로 허용되는 수준을 벗어났다"고 판단했는데요.

알고보니 B씨는 신내림을 받은 무속인이 아니었습니다. A씨를 만나기 전에는 기치료를 해 본 적도 없었고, B씨가 받은 돈을 실제 기도 등을 하는데 사용했다는 자료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B)의 자격, 경력, 돈을 받은 경위 등을 종합해봤을 때 피해자에게 돈을 받은 행위는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사기죄가 성입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비록 피해자가 아내의 병 치료를 위해 기도라는 말에 의존하면서 돈을 지급했고, 정신적 위안을 받은 사정이 있다고 해도 이는 오히려 돈을 받기 위해 세운 명목에 현혹되거나 기망당한 결과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조항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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