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 판례氏] 선거 직전 지역구로 주소 옮긴 의원, 결국…

가족들 주소 허위 이전해도 '공모' 인정돼 공직선거법 위반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3.08 05:05
/사진=뉴스1

선거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6.13 지방선거가 약 석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선거에 출마할 사람들은 선거가 임박했을 때 주소를 옮기는 걸 조심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주민등록 허위신고로 처벌을 받고 힘들여 이긴 선거도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특정한 선거구에서 투표할 목적으로 선거인명부 작성 기준일 전 180일부터 선거인명부 작성 만료일까지 주민등록에 관한 허위 신고를 하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A의원은 자신이 출마할 지역구인 안산시 상록구에서 투표하기 위해 2016년 2월15일 동생의 주소지인 안산시 상록구 소재 아파트로 부인과 아들, 딸과 함께 전입한다는 내용의 신고서를 작성해 동사무소 담당자에 제출했습니다. 이로 인해 A의원은 특정 선거구에서 투표할 목적으로 주민등록에 관한 허위 신고를 했다는 혐의를 받게 됐습니다.

1심 법원은 A의원 본인에 대해 주민등록의 허위신고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1심 법원은 먼저 전기와 난방사용량에 주목해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확실하게 전기와 난방 사용량이 증가한 것과 법원은 통화의 기지국 기록을 분석해 신주소지에서 상당한 횟수의 통화를 했다는 점, 주변 이웃주민의 진술 등을 근거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피고인의 부인, 아들, 딸 등은 새로 신고해 옮긴 주거지에서 살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신주소지에서 통화한 내역도 적었고 다른 곳에서 살고 있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1심 법원은 “A의원이 가족들에 대한 허위 주소이전을 했고 부인과 아들은 당시 A의원이 출마한 지역구에서 투표까지 하게 된 점 등을 고려하면 책임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가장이 실제 거주지로 사용할 목적으로 자신의 주소를 이전하면서 가족들의 주소도 함께 이전해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서 당선무효형을 선고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하고 9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2심 법원에서 쟁점이 살짝 달라졌습니다. 2심 법원은 공직선거법 해당 조항 문언 자체에 주목해 본인이 직접 주소를 옮기는 경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주소를 옮기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특정한 선거구에서 투표할 목적으로 주민등록에 관한 허위의 신고를 한 자’는 ‘투표할’ 목적을 가지고 주민등록에 관한 허위의 신고를 한 행위자, 본인만이 그 주체가 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죠. 이렇게 본다면 1심에서 A의원에게 유죄로 인정된 가족들의 주소지를 옮긴 부분이 무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자 검찰에서 A의원이 가족들과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2심 법원은 “A의원과 가족들이 함께 주민등록에 관한 허위의 신고를 할 것을 공모했고 주민등록 이전 당시 가족들에게도 특정한 선거구에서 투표할 목적에 대한 미필적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해 그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고 1심 법원과 같은 벌금형 9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2017도8118) 대법원은 “A의원이 가족들과 공모해 특정한 선거구에서 투표할 목적으로 가족들의 주민등록에 관한 허위의 신고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위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A의원은 9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당선무효형인 100만원에는 미치지 못해 의원 직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