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직 판사, 변호사 성희롱 의혹…대법원 조사 착수

이혼 상담 빙자해 전화로 노골적 성적 표현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8.03.07 14:42

현직 판사가 여성 변호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혼 상담을 빙자하며 성희롱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대법원이 진상조사에 나선 것으로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취재 결과 확인됐다.

7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변호사를 성희롱했다는 진정이 접수된 현직 판사 A씨에 대해 최근 조사에 착수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변호사가 판사로부터 전화를 이용한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법관징계요구서를 지난달 대법원에 제출해 윤리감사관실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가사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던 B변호사는 지난 2월 중순 한 남성으로부터 이혼 상담 전화를 받았다. 아직 개업을 하지 않은 고용변호사인 B변호사는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해당 남성은 젊은 여성인 B변호사를 직접 지목하며 상담을 원했다.

B변호사가 전화를 받자 남성은 "이혼 사유가 되는지 알고 싶다"며 성기 수술 필요성 등 노골적인 성적 얘기를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놀란 B변호사는 "자세한 상담은 내방해서 하라"며 전화를 끊었지만 성희롱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어 남성에 대한 신원 파악에 나섰고, 결국 현직 판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B변호사는 "누구보다 이혼 사유에 대해 잘 알고 있을 현직 법관이 나이 어린 여성 변호사를 지목해 전화를 걸어 듣는 이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 들 만한 이야기를 했다"며 "내 식구 감싸기식 조사 결과가 나올 경우 대한변호사협회나 여성변호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법률전문가인 판사가 직접 판례를 검색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굳이 여성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성적인 내용을 상담한 것은 성희롱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그러나 일각에선 성희롱의 고의성이 인정되기 쉽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당 현직 판사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3조에 따르면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등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을 상대방에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은 대법원에 해당 판사의 해명 내용과 사표 제출 여부 등을 질의했으나 대법원은 "진정사건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그 처리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기 어렵다"며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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