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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법] 검찰 조사 받을 때 변호사에 물어봐도 될까

변호인, 수시로 조언·수기 메모 허용…"실제론 바뀐 게 없다" 불만도

이보라 기자 2018.03.14 05:00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불려갔을 때 함께 간 변호사로부터 어디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가 검찰의 신문 과정에서 수시로 조언을 하거나 조사 내용을 받아적어도 될까?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 조사에 입회한 변호인은 피의자 신문 중이라도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검사의 승인을 얻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또 신문이 끝난 뒤에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그러나 신문 방해와 수사기밀 누설 등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 검사가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신문 중에는 검사의 허락이 있어야만 변호인이 피의자를 위해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셈이다.

대검찰청 지침인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참여 지침'도 과거엔 변호인이 신문 도중 검사의 승인 없이는 피의자에게 조언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변호인이 신문 내용을 수기로 기록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권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한변호사협회가 펴낸 '2017년 검사평가 사례집'에 따르면 피의자 A씨의 변호인은 지난해 피의자 신문에서 피의사실 중 일부를 다투는 취지로 진술하려 했지만 끝내 제지 당했다.

검사는 변호인에게 의견서를 제출하라고만 할 뿐 조사실에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보장해주지 않았다. 당시 검사와 수사관은 피의자 뿐 아니라 변호인에게도 고압적인 태도를 취했다. 결국 피의자가 피의사실 전부를 자백하며 방어권을 포기하는 동안 변호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피의자 B씨는 지난해 피의자 신문에서 변호인과 나란히 앉지 못했다. 검사가 수사에 방해가 된다며 변호인더러 뒤에 앉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검사는 B씨에게 제시한 증거자료를 변호인에게는 가리고 보여주지도 않았다. 변호인이 조사 내용을 필기하자 대검찰청 지침에 반한다며 필기를 못하게 막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지침이 개정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개정된 지침에 따라 변호인은 신문 도중 검사 또는 검찰 수사관의 승인이 없어도 아무 때나 피의자에게 조언을 할 수 있게 됐다. 신문 내용 등에 대해 간략한 수기 메모도 허용됐다. 또 변호인이 구금된 피의자의 소환 때 검사로부터 신문 일시와 장소를 통지 받고,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문자메시지 등으로 받아 볼 수 있게 한 것도 지침 개정을 통해 이뤄진 변화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변호사들의 목소리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검 지침이 개정됐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검사들이 예외조항을 거론하며 변호인의 조력권 행사를 막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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