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운명의 날'…전직 대통령 4번째 포토라인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20여개 혐의…100억대 불법자금·300억대 다스 비자금 연루 의혹

한정수 기자 2018.03.14 04:00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뉴스1

운명의 날이 밝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검찰 포토라인에 선다. 전직 대통령으로는 네번째다. 검찰 조사에선 100억원대 불법자금 수수에 관여했는지, 다스(DAS)를 실소유했는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은 14일 오전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출두 직전 이 전 대통령은 검찰청사 포토라인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한 뒤 현재까지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사에 앞서 수사 책임자인 한동훈 3차장검사(45·사법연수원 27기)가 이 전 대통령과 티타임을 갖고 조사 절차 등에 대해 설명한다. 본격적인 조사는 송경호 특수2부 부장검사(48·29기),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 부장검사(48·29기) 등 두명의 동갑내기 검사와 이복현 특수2부 부부장검사(46·32기)가 1001호 조사실에서 진행한다. 

모든 조사 과정은 영상으로 녹화된다. 이 전 대통령 측의 동의에 따른 조치다. 앞서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끝내 영상녹화를 거부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동의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판사 출신으로 이명박정부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64·14기)와 박명환 변호사(48·32기), 피영현 변호사(48·33기), 김병철 변호사(43·39기) 등이 변호인으로서 함께 한다. 당초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역임한 정동기 변호사(65·8기)도 거론됐지만 2007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근무할 때 이 전 대통령이 연루된 BBK 주가조작 사건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점에서 자격 논란이 불거지며 무산됐다. 

이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총 20여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을 통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7억500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의심한다. 또 2007년 대선 직전부터 재임기간까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서 22억5000만원, 대보그룹에서 5억원, ABC상사에서 2억원, 김소남 전 의원에게서 4억원 등을 불법적으로 수수한 혐의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당시 몰랐다거나 측근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는 취지로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지목된 자동차부품업체 다스 관련 의혹도 검찰 조사의 한 축을 차지할 전망이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대납한 것으로 의심되는 다스의 60억원대 미국 소송비용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소송 과정에서 국가기관을 동원했다는 혐의와 다스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혐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혐의들에 대해서도 "다스의 최대주주는 형인 이상은 회장"이라며 부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혐의 내용이 방대한데다 전직 대통령의 신분상 재소환이 어렵다는 점에서 장시간 조사가 불가피하다. 조사와 조서 열람이 길어질 경우 15일 오전에야 모든 절차가 끝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가급적 1회로 조사를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아무래도 조사가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법조계는 혐의가 무겁고 이미 다수의 공범이 구속된데다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