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건설

[친절한 판례氏] 세금계산서 못 받아도 할 말 없다고?

박보희 기자 2018.03.19 05:05

건물주 A씨는 B씨에게 상가 건물을 빌려줬다. B씨는 A씨의 동의를 받아 C씨에게 다시 이 건물을 빌려줬다. C씨는 11개월 동안 A씨에게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임대료를 지급했다. C씨는 세금 공제를 받기 위해 A씨에게 세금계산서 발급을 요청했지만 A씨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지 않았다. A씨가 세금계산서 발급을 거절하자 12개월째부터 C씨는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임대료를 지급했다. 
A씨는 임대료를 다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연체한 임대료를 부당이득이라며 돌려달라고 청구했다. C씨는 A씨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지 않는 바람에 세금 공제를 못 받아 손해를 봤다고 맞섰다. A씨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줬어야 할까?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아 상대방이 손해를 봤다면 사업자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업자가 부가가치세액을 지급받았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아서 세금 공제를 못받았다면, 손해를 본 만큼 배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대법원 2017다265266)

하지만 대법원은 결국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와 C씨가 직접 계약을 한 사이가 아니라 '전대차계약', 즉 직접 계약을 한 것이 아니라 중간에 B씨를 통해 각각 따로 계약을 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A씨와 C씨가 직접 계약을 한 것이 아니어서 법률적인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봤다. 즉 A씨가 C씨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줄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즉 A씨는 B씨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의무는 있지만 C씨에게 발급할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직접 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세금계산서는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가 공급받는 자에게 발급하는 것인데 A는 B에 임대 용역을 공급했고, C씨는 B에게 다시 임대 용역을 받았을 뿐"이라며 "A가 임대 용역을 공급한 적 없는 C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C씨가 A씨에게 직접 임대료를 지급했어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관련조항

민법
제630조(전대의 효과)
①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임차물을 전대한 때에는 전차인은 직접 임대인에 대하여 의무를 부담한다. 이 경우에 전차인은 전대인에 대한 차임의 지급으로써 임대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② 전항의 규정은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권리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부가가치세법
제32조(세금계산서 등)
①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재화·용역의 공급은 제외)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적은 계산서(세금계산서)를 그 공급을 받는 자에게 발급하여야 한다.
1. 공급하는 사업자의 등록번호와 성명 또는 명칭
2.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 다만, 공급받는 자가 사업자가 아니거나 등록한 사업자가 아닌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고유번호 또는 공급받는 자의 주민등록번호
3. 공급가액과 부가가치세액
4. 작성 연월일
5.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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