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포돌이 인형…소통·인권중시하는 변호사들의 맏형

[머투초대석]이찬희 서울변회장 "변호사 업무 편의 증진…법조 브로커 근절해야 젊은 변호사 살길 열려"

대담=김익태 사회부장, 정리=이보라 기자 2018.03.19 04:00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사진=김창현 기자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53)의 사무실 책장에는 경찰 캐릭터 인형 포돌이와 포순이가 나란히 놓여 있다. 서울 변호사를 대표하는 이 회장이 변호사와 접촉이 잦은 경찰 등 수사기관과 소통을 중시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예전엔 검찰과 경찰, 법원이 피의자 인권을 보호를 강화하라는 의견을 잘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요새는 달라졌습니다. 인권이 강조하는 시대가 운 좋게 맞아 떨어졌죠"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면담에서 검사가 피의자의 변호인에게 구속영장 발부 결과를 문자메시지로 통보하도록 협의했다. 서울시와도 철거현장에서의 인권침해 방지 활동을 위해 손을 잡았다. 지난해 7월엔 서울지방경찰청과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 참여권 보장 등 창구를 만들고 법률 자문도 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회원들의 요구에도 귀 기울이며 편의 제공에 힘쓰고 있다. 매달 서너차례 이상 세미나를 열고 증권법 등 각종 법률을 가르치는 10개 연수원을 운영하는 등 교육에 힘쓰고 있다. 회원들의 관심도 폭발적이다. 회관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하게 했다.


이 회장은 특히 로스쿨 제도가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된 만큼 당시 관여한 문재인 대통령이 로스쿨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 이후 대통령들이 로스쿨 제도에 사실상 무관심했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을 만나 수사기관의 피의자 인권 침해와 법조 브로커, 로스쿨, 변호사 취업 문제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사진=김창현 기자


-서울변회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은 무엇인가요.

▶대한변호사협회는 대표단체로서 입법과 정책 등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방향타 역할을 하는 반면 서울변회는 회원의 업무 편의와 복지 부분에 더 치중합니다. 대표적으로 구치소 접견 셔틀버스를 도입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구치소까지 변호사가 의뢰인을 편하게 접견할 수 있게 업무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서죠. 또 검찰과 경찰과 협조해 형사사건시 의뢰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문자로 통보하게 했습니다. 변호인이 입회하면 변론권 보장을 위해 메모를 허용하고 의뢰인 바로 옆에 앉도록 했습니다. 또 전문성 제고를 위해 10개 연수원에서 각종 법률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법조 브로커’를 근절해야 젊은 변호사들이 먹고 살고 법조계도 제대로 기능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브로커 근절 방안이나 관련 사업이 있나요.
▶변호사법 위반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법 위반 행위를 발견하면 서울변협 회원에게 포상을 주는 방식입니다. 브로커에게 가장 쉽게 노출되는 직업은 변호사와 법무사예요. 그래서 서울중앙지방법무사회와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브로커를 막기 위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차원이죠. 브로커는 전관예우 때문에 생겼어요. 브로커를 쓰는 가장 많은 사람은 전관인 것으로 보입니다. 전관이 브로커를 사용하는 고리를 끊고자 합니다. 문제가 되면 징계수위를 높일 계획이에요.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간담회를 했을 때도 이를 요청했습니다. 중앙지검은 단속을 주기적으로 하면서 걸리면 엄벌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안이 중하면 벌금형이 아니라 징역형도 내리겠다는 것으로 논의 중이에요.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피의자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를 제기해왔는데.
▶회장이 되자마자 전회원에게 e메일을 보내 검찰과 경찰 수사과정에서 피의자 인권 변론권 침해 사례와 대처방안을 모았습니다. 최근 검찰과 경찰이 인권을 강조하는 추세로 가면서 서울변회 의견을 합리적으로 받아주고 있습니다. 변호인이 입회나 피의자를 신문할 때 내용을 메모할 수 있게 하고 의뢰인 옆에 앉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찾아가 지난해 최초로 업무협약을 맺었어요. 변호사들이 전경찰서에서 인권교육도 합니다. 서울지검장과도 만나 형사사건에서 피의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문자로 받을 수 있게 협의했어요. 형사사건 기록도 변호사가 한번 열람 등사하려면 매우 힘이 드는데 경찰은 지난해에 열람 등사 범위를 확대했고 검찰도 적극 검토하고 있어요. 


-변호사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업계 문제는 무엇인가요.
▶생존권 문제예요. 변호사가 생활이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모든 이가 어려운 게 아닙니다. 상당수는 경제·사회적 지위를 인정받고 있죠. 하지만 변호사 수가 늘면서 사실상 젊은 변호사들이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어요. 기존 시장을 차지하는 중견 변호사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한 달 평균 2.7건의 사건을 맡는다는 집계도 있어요. 사무실도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이죠. 이 문제는 변호사업계보다 우리 사회 전체적인 문제로 보고 틀이 바뀌어야 합니다. 자연히 로스쿨 문제를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로스쿨은 많은 사회적 경험과 활동을 한 사람들을 법조인으로 양성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이 사람들이 잘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길이 없으니 송무시장에만 몰렸어요. 시장은 포화되고 사건 선임건수가 적어지는 결과를 낳았죠.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사진=김창현 기자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로스쿨제도는 다양한 사회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법률 지식을 갖추기 위해 로스쿨에 왔다가 다시 본래 영역으로 돌아가 일을 하게 하려는 취지로 시작됐어요. 그런데 다시 본래 영역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이를 활성화하려면 예컨대 공무원 같은 경우 휴직 기간을 로스쿨 기간과 맞춰 3년으로 늘리는 등의 법 정비가 필요합니다.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게 사회 각종 제도도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합니다. 문 대통령은 로스쿨 도입 당시 노무현정부에서 정책 결정에 깊숙이 관여했습니다. 로스쿨제도 취지에 맞게 문 대통령과 정부가 모든 제도나 체제를 변화시키고 운영해야 합니다. 국가의 가장 큰 틀이 교육입니다. 법조인 양성교육은 국가 근본을 바꾸는 것과 같은 만큼 더이상 미뤄선 안됩니다. 문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로스쿨제도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게 길을 열어줘야 해요. 이외에 로스쿨 출신 교수나 변호사들도 로스쿨 문제를 지적하고 개혁에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또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송무시장 외에 자문시장, 사내변호사시장 등 다른 시장도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 각종 기관 등에서 적극 변호사를 채용해야 합니다.


-왜 변호사를 채용해야 하나요.
▶로스쿨 도입으로 사회·경제적으로 국가의 손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공무원이 법을 알면 통상이나 보건부문 등에서 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해 큰 문제가 터지지 않아요. 리걸마인드(법적 사고력)가 있는 사람이 진행했을 경우 없는 사람보다 아무래도 안전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죠. 공무원만 해도 농·수산 수입 계약을 할 때 비전형적 계약이 많은데 그런 계약을 잘 체결하기 위해선 법률 공부가 돼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워싱턴주만 해도 변호사 수가 10만5000명으로 뉴욕주보다 많아요. 정부부처에 변호사가 많이 채용돼 있기 때문이죠. 우리 사회도 로스쿨제도로 가기로 했다면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합니다.


-법무사, 세무사 등과 직무영역을 놓고 변호사들이 충돌하고 있어요.
▶사법부를 형성하는 선발시스템은 소수 엘리트를 뽑아(사법시험) 법조인화하는 구조였습니다. 이들이 소수다 보니 모든 법률사무를 할 수가 없었죠.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각종 유사직역이 등장했어요. 하지만 로스쿨제도 도입으로 변호사가 늘면서 유사직역간 충돌이 생겼어요. 유사직역도 수가 늘어나니 변호사의 고유업무영역인 송무영역으로 들어오고 있어요. 어느 한쪽을 없애기는 쉽지 않으니 유사직역과 변호사가 조정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서울변회는 처음으로 중앙지방법무사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변호사가 하는 영역과 법무사가 하는 영역 중 충돌하는 중간 부분을 국민이 선택하도록 하는 식으로 풀어야 합니다. 시장에서 전문성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하자는 것이죠.

-변협회장 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데.
▶서울변회가 안정감을 찾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무언가 변한 것같다고 말합니다. 젊은 패기와 추진력, 열정, 오랜 회무 경험 등을 좋게 보신 것같아요. 대한변협 회장에 출마를 할지 안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서울변회 일도 아직 할 게 많아요. 올해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서울변회의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해에도 전자결제시스템을 도입하며 예산을 대폭 감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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