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원'에 입찰했는데 낙찰…불공정거래일까?

12년차 공정거래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공정거래로(law)' 이야기

백광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18.03.19 09:33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 A광역시는 지역정보화의 목표, 추진전략, 분야별 추진과제, 정보화시스템 구축 전략 제시 등을 그 내용으로 하는 “A광역시 지역정보화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시스템통합(SI) 용역을 공개입찰 형식으로 발주하였다. 당시 A광역시가 내정했던 입찰의 예정가격은 9724만4000원이었다. 이 입찰에는 B사, C사, D사 등 세 업체가 응하였다. 그런데 이들 업체가 제시한 가격은 예정가격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B사는 예정가격의 2.98%인 290만원, C사는 19.99%인 1944만원, 그리고 D사는 34.24%인 3330만원에 각각 응찰하였고, 그 결과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B사가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이처럼, 최소한의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입찰가격으로 낙찰 받은 B사의 행위가 부당하게 용역을 낮은 대가로 공급함으로써 자기의 경쟁사업자인 C사, D사를 배제시키는 것으로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2호에서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 중 ‘부당염매’에 해당할까.

◇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위가 모두 부당염매는 아니며, 행위의 동기 등을 고려해야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2호에서 금지하는 ‘경쟁사업자의 배제’라 함은 사업자가 시장에서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정당한 경쟁이 아닌 부당한 경쟁, 즉 사업자들이 정상적인 경쟁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부당한 방법으로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것은 금지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쟁사업자 배제의 수단으로 ‘부당염매’가 있다.

‘부당염매’란 사업자가 낮은 가격을 이용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은 단순히 염가판매 그 자체를 문제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경쟁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이를 금지하고 있다. 본래 가격경쟁 그 자체는 사업자들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전형적인 경쟁수단으로서, 사업자가 신기술개발, 생산성향상, 유통구조의 개선 등을 통하여 원가를 절감하고 이를 토대로 양질의 제품을 싼 값에 공급하는 것은 경쟁의 자연스러운 결과로서 공정거래법에 의한 규제대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업자가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진입을 막거나 다른 사업자를 시장으로부터 배제하기 위하여 원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경우에는 부당염매에 해당되어 금지된다. 즉, 저렴한 가격, 특히 경쟁사업자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위가 모두 부당염매로 규제되는 것은 아니며, 행위의 동기 그리고 이를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가격과 비용의 차이가 중요한 기준이 되어 부당염매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 공정위···B사의 행위는 부당염매에 해당,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

위 사례에서 공정위는 용역입찰의 예산액이 1억 원이고, 일반적으로 SI사업자들이 예정가격 산정시 기준으로 삼는 과학기술처 공고상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 기준을 근거로 산출한 예정가격은 6926만9000원이며, 본건과 유사한 시스템구축사례가 드물어 계획수립에 복잡한 기술이 요구되는 등의 이유로 필요한 최소한의 인건비가 5386만9000원에 이르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시 경제침체로 정보통신투자가 극히 저조한 시기에 공공부문이 SI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정적으로 크고, 이 사건 용역입찰에서 낙찰될 경우 A광역시를 모델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화기본계획수립에 있어서 다른 경쟁사보다 유리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B사의 행위는 부당하게 용역을 낮은 대가로 공급함으로써 자기의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로 보아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 법원···B사의 응찰가격이 저가에는 해당하지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B사는 위와 같은 공정위 판단에 불복하였고, 법원은 B사의 이 사건 용역입찰행위가 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B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법원은 우선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2호에서 금지하는 부당염매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염매행위에 있어서 부당성이 있어야 할 것인바, 부당성이 있는지 여부는 염가의 의도·목적, 염가의 정도, 염가판매의 기간, 반복계속성, 대상 상품·용역의 특성과 수량, 행위자의 사업규모 및 시장에서의 지위, 염매의 영향을 받는 사업자의 수 및 사업규모, 시장에서의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위 사례에서 B사가 입찰에 참가함에 있어서 시장에 신규 진입하고자 하는 목적과 이 사건 용역을 낙찰받아 수행함으로써 기술 및 경험을 축적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던 점, B사가 이 사건 용역 입찰 외에 시스템통합 컨설팅 시장에 있어서 다른 저가 입찰행위를 하지는 않았던 점, A광역시가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한 결과 이 사건 입찰에 있어 B사와 경쟁관계에 있었던 사업자는 사실상 C사, D사로 한정되었는데 그들이 B사의 단 1회의 이 사건 용역 저가 입찰행위로 말미암아 시장에서 배제될 우려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B사의 이 사건 용역 입찰행위가 부당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참고로 저가인지에 관한 판단과 관련하여서는, ‘공급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현저히 낮은 대가’라고 규정되어 있는 이상, 낮은 대가의 판단은 일응 공급에 소요되는 비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따라서 직접 상품 또는 용역을 창출하여 공급하는 제조업체의 경우 고정비와 변동비 모두를 포함한 총원가를 기준으로 저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시장상황의 악화, 수요 감퇴 등으로 말미암아 고정비를 포함한 가격으로서는 정상적인 판매가 불가능하여 변동비만을 상회하는 금액으로 가격을 정하고 가격과 변동비의 차액으로 고정비 일부에 충당할 수 밖에 없게 된 경우에 그러한 사정은 부당성 유무의 판단의 한 요소로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면서, 위 사례에서 B사는 그의 응찰가격이 인건비를 반영하지 않은 금액임을 자인하고 있으므로 B사의 응찰가격 자체는 ‘낮은 대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 ‘1원 입찰’이라도 당연히 부당염매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경쟁사업자 배제 우려 등 판단해야

부당염매의 하나 중 이른바 ‘1원 입찰’ 사례가 있다. 즉 어떤 사업자가 입찰에 응찰가격 1원으로 참여하여 낙찰예정자로 결정된 사례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위 사례에서 본 것처럼, ‘1원 입찰’의 경우라 하더라도 당연히 부당염매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경쟁사업자 배제의 우려가 없는 등의 사유로 부당성이 부인되는 경우에는 부당염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위 사례나 ‘1원 입찰’의 경우에서 염매는 ‘입찰’이라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만큼 입찰의 의의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1회적인 입찰에서 시장지배력이 없는 사업자가 염매를 통해 일정한 시장에서 경쟁자를 배제하는 경우한 생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저가입찰을 부당한 경쟁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적절히 규제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도 경쟁제한성 판단에 있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의 공정거래팀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백광현 변호사(연수원 36기)는 공정거래분야 전문가로 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공정거래 관련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공정거래법 실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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