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물을 탐하는 지도자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8.03.21 05:20
'춘추좌전'에 따르면 투자문은 세 차례나 초나라 재상을 지냈다. 초나라는 자문이 영윤으로 있는 동안 현나라, 황나라, 영나라를 멸하고 채나라, 수나라, 서나라, 강나라를 압박해 남방의 패자가 됐다. 자문이 재상 자리에서 물러날 때마다 집에는 하루를 날 재물조차 없었다. 초의 성왕이 얘기를 듣고 아침에 포 한 꾸러미와 양식 한 광주리씩을 내렸지만 자문은 매번 이를 피했다.

자문은 위정자에게 재물은 곧 '위난'(危難)이라고 봤다. 누군가 자문에게 "사람이 무릇 부유하고자 하는데 이를 고사하니 무슨 까닭이냐"고 물었다. 자문은 "헐벗은 백성이 많은데 내가 부귀하다면 백성을 괴롭혀 나를 북돋우는 것이니 죽음을 당할 날이 멀지 않은 것"이라며 "지금 나는 부귀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면하자는 것이다"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구속 기로에 놓였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과 삼성그룹 등에서 100억원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검찰 포토라인에 선 네 번째 대통령이 됐다.

공교롭게도 검찰에 소환된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돈'과 관련된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청렴하라."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민들이 지도자들에게 기대하는 덕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재물을 탐하면 곧 죽는다'는 수천년 전의 위정자보다 못한 재물관(財貨觀)을 지닌 최고지도자들을 가져왔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포토라인에서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국민들이 바라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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