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22일 구속영장심사 불참…'정치보복 피해자' 전략

(종합) 구속 여부 23일 새벽 결정…유죄 땐 징역 11년∼무기징역

김종훈 기자, 박보희 기자, 한정수 기자, 백인성 기자 2018.03.20 18:07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이기범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77)의 구속 여부가 23일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약 350억원의 횡령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은 22일 예정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불참할 뜻을 밝혔다. 
'정치보복' 프레임 차원에서 사실상 구속을 받아들이고 확정 판결 후 사면을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재판을 보이콧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66)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2일 오전 10시30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고 20일 밝혔다. 심리는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45·사법연수원 26기)가 맡는다. 18년 경력의 법관인 박 부장판사는 지난달 횡령 혐의를 받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에게 "범죄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전직 대통령이 영장심사를 받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를 받고 구속된 게 처음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7년 영장심사 제도가 도입되기 전 구속됐다.

영장심사는 피의자가 구속 전 마지막으로 법정에서 판사에게 자신의 입장을 소명할 수 있는 자리지만 외부 노출에 부담을 느끼거나 필요없다고 판단되면 포기할 수 있다. 피의자가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으면 법원은 통상 서류 심사만을 통해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 이는 대개 피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의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해 영장심사 불출석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전례에 비춰볼 때 어차피 구속을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자신을 정치적 피해자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전략이란 해석이다. 이 같은 판단의 배경에는 추후 정권이 교체된 뒤 사면을 노린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박 부장판사는 검찰의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변호인 의견서 등 서류 심사를 통해 구속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박 부장판사가 이 전 대통령이 반드시 법정에 나와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다시 영장심사 날짜를 미루거나 구인장을 발부해 출석을 강제할 수 있지만, 전직 대통령의 신분을 고려할 때 강제 구인 가능성은 낮다.

혐의가 다양하고 기록이 방대하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는 A4용지로 207쪽, 구속사유 의견서 분량은 1000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시한 혐의는 10여개로, 죄목만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6가지다. 현행 법상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수뢰 혐의는 수수액이 5억 원 이상인 '뇌물범죄 6유형'으로, 기본이 징역 9년에서 12년이지만 감경될 경우 7년~10년, 가중될 경우 11년 이상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모든 혐의가 유죄로 판단된다면 형량은 최소 징역 11년 이상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이를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법원이 '증거인멸 가능성'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느냐에 달려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기초적 사실관계까지 부인하는데다 과거 자신의 절대적 영향력 하에 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최근까지도 증거인멸과 말 맞추기가 계속돼 온 점 등을 고려할때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며 구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조계는 이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는 박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 때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지난해 3월30일 진행된 박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는 약 8시간40분이 걸렸다. 영장심사 제도 도입 이후 최장기록이었다. 이 부회장의 영장심사도 7시간30분이 걸렸다.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가 종료된 후 검찰이 마련한 서울중앙지검 내 임시유치 장소에서 대기하면서 결과를 기다렸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영장심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자택에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이 전 대통령은 즉시 구치소로 압송된다. 영장 발부 여부는 다음날 새벽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영장심사 다음날 오전 3시쯤, 이 부회장은 이튿날 오전 5시30분쯤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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