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 '3세 여아 강제추행' 증거는 진술 뿐이라면

대법원, "핵심 증거인 피해자 어머니 진술 일관성 부족해 무죄"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3.22 05:01


2015년 8월 서울 용산구 한 음식점 앞 길에서 3세 여자아이 B양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A씨는 피해자인 B양에게 다가가 사탕을 건네며 ”우리 악수하자”라고 말하며 양 손으로 아이의 오른손을 잡았습니다. 옆에 있던 어머니가 B양의 손을 피고인의 손으로부터 빼내려 하자 A씨는 오른손으로 B양의 가슴을 만져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씨는 재판에서 “B양의 가슴을 만지지 않았고 만약 손이 아이의 몸에 닿았더라도 말을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닿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보호관찰도 받으라고 했습니다. 1심 법원은 “A씨가 ‘가슴 부위를 건드렸다’고 하다가 ‘어딘가를 터치했다’고 했다가 또 손이 닿은 사실조차 부인하는 등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며 “말을 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손이 피해자의 가슴에 닿을 수밖에 없는 특별한 정황도 없다”며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2심 법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B양 어머니의 진술이 핵심 증거인 이 사건에서 2심 법원은 B양 어머니가 A씨를 무고할 특별한 이유도 없고 진술도 일관적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나 형이 무겁다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1심 법원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에 보호관찰은 받지 않아도 된다고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무죄가 나온 이 사건을 뒤집어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고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B양 어머니의 진술이 추행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관적이지만 추행 부위에 대한 진술이 일관적이지 않다며 진술 내용에 대해서도 “성인이 선 채로 키가 작은 유아의 몸을 만질 때 취할 수 있는 통상적인 행동으로 목격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진술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급심 법원에서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고 봤던 A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A씨의 위와 같은 진술 변화는 이 사건 추행을 부인하면서 추행의 의도가 아닌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A씨의 일관된 태도와 다르지 않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다수의 사람들이 통행하고 있는 낮 시간대의 공개된 장소에서 그것도 어머니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B양을 추행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A씨가 소아성애와 같은 특이성향을 가졌다거나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발견할 수 없다”는 점도 판결의 이유가 됐습니다.

이어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기에 부족한 피해자 어머니의 진술만을 근거로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는 잘못이 있다”고 보고 무죄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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