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법원장 힘빼기' 靑 개헌안, 법원도 "OK"

"대법원장 인사권 분산, 전적으로 공감"…"국민 배심원단이 법리 판단까지 하는 건 우려"

황국상 기자, 송민경(변호사) 기자, 김종훈 기자 2018.03.22 16:17
김명수 대법원장 / 사진=이기범 기자

우리나라 대법원장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제왕적 권력을 누려왔다. 대법관 임명제청권과 헌법재판관 지명권 뿐 아니라 전국 모든 판사들의 재임용과 승진에 대한 권한까지 틀어쥐고 있다. 이는 독립적이어야 할 판사들의 '눈치보기'와 이에 따른 사법부의 관료화·정치화, 대법원과 청와대의 유착을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개혁 성향 판사들을 뒷조사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건 이런 맥락에서다. 여기에 박근혜정부 당시 대법원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공작 재판과 관련해 청와대와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분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청와대가 22일 제시한 사법부 관련 개헌안은 대법원장의 인사권 축소를 골자로 한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에 제시하는 대신 추천위의 추천을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제청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법원장의 권한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선 법원도 동의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대법원장의 인사권 분산 차원에서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대상자를 추천위에 제시할 수 있도록 한 대법원 규칙 조항을 삭제키로 했다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보고했다.

일선 판사들도 대체로 환영했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그동안 대법원장의 권력이 너무 강해 대법원장의 권한에 대한 견제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의 권한을 완전히 외부에 이양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분산하는 것에 불과한 만큼 사법부의 독립성이 침해될 여지는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이 판사는 "판사의 임기제한을 없앤 것도 환영한다"며 "10년마다 재임용 심사를 하는 게 판사들로선 은근히 윗선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는 요인이었는데, 임기제한이 사라지면 신분보장이 실질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판사를 해임할 수 있는 규정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신중론도 제기된다. 다른 재경지법 판사는 "지금도 문제있는 법관들을 퇴출시킬 수 있는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총의를 모아서 결정한다면 따를 수 밖에 없겠지만, 판사 해임제 도입에 대해선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서울지역 판사는 "배심제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배심원이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도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면 법관의 심판권이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옳은 판단"이라면서도 "다만 국민 배심원단이 법률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법리 판단까지 개입하게 한다면 헌법과 법률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헌안에는 법관이 아닌 사람도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이 될 수 있게 함으로써 헌법재판관의 구성을 다양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이미 일부 헌법재판관들이 인사청문회에서 헌법재판관 구성의 다양화를 위한 비법조인 재판관 확대 등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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