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여러명 함께 진 빚, 다액 채무자 일부변제 때 본인 빚부터 소멸"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3.22 16:09


/사진=뉴스1


여러 채무자가 각자 독립해 전부를 갚을 의무를 지는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서 다액채무자가 일부 빚을 갚을 경우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부담하는 채무부터 소멸하게 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씨는 아파트를 분양받아 공인중개사 김모씨를 통해 아파트를 임대 후 임대차보증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기로 했다. 전씨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서 잔금의 수령 권한을 공인중개사 김씨의 직원 서모씨에게 위임하고 대출금도 상환해달라고 부탁했다.

서씨는 임대차보증금 잔금 1억 9800만원과 대출금 상환수수료 540만6000원을 받았으나 이 돈으로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다른 용도에 사용했다. 그러자 전씨는 공인중개사 김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소송이 계속되던 중 해당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했다.

김씨는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이 있지만 전씨에게도 과실이 있어 50%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됐다. 그 후 서씨는 전씨에게 9천여만원을 변제했고, 채권을 양도받은 또다른 전모씨는 나머지 잔액의 지급을 청구햇다.

1심 법원은 이른바 ‘외측설’에 따라 원고 측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2심 법원은 역시 원고 측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과실비율설’에 따라 판결을 내려 손해배상 액이 달라졌다.

대법원은 1심 법원의 재판장이었던 김소영 재판관을 제외한 12명의 전원일치로 금액이 다른 채무가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소멸한다”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사용자책임과 공동불법행위책임의 문제로 과실상계로 인해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액의 범위가 달라져 다액채무자와 소액채무자가 생기는 경우 과실비율설에 따라 사건을 처리해왔다. 이에 따르면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한 경우 소액채무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금액만큼 다액채무자와 소액채무자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도 함께 소멸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과실비율설에 따른 결과는 과실상계를 중복 적용하는 결과가 돼 부당하다”면서 입장을 바꿨다. 대법원은 “과실비율설에 의하면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 후 무자력이 되면 피해자는 전액을 변제받을 수 없는데 다액채무자의 무자력에 대한 위험의 일부를 채권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진정연대채무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누구로부터 먼저 변제를 받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모든 부진정연대채무에 대해 다액채무자의 일부 변제시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소멸한다는 기준을 정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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