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단순한 주식 명의신탁은 탈세 아냐"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4.04 06:00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단순한 주식 명의신탁의 경우 조세포탈 목적을 인정할 수 없어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5년 내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A씨가 제기한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자신의 친형과 함께 비상장법인을 경영하면서 자신 몫인 발행주식에 대해 자기 명의 외에 두 아들과 처제 명의로 명의 신탁을 했다. 2008년 A씨는 이 주식을 모두 형에게 양도하고 같은 해 8월 각자의 명의대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했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5년을 훌쩍 넘긴 2015년 “2004년과 2005년의 각 배당금이 실질적으로 A씨에게 귀속됐다”는 이유로 2004년·2005년 귀속분 종합소득세와 2008년 주식양도에 대한 소득세와 증여세에 대해 과세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반발해 소송을 냈다.

관련 국세기본법은 상속세·증여세 이외의 국세의 부과제척기간을 원칙적으로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5년간이라고 규정하면서 ‘납세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는 경우’에는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10년이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리고 세금을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법원은 “A씨가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면서 아들, 처제 명의로 작성된 주식양도양수계약서도 제출했다”면서 “자신이 실질적으로 보유하던 주식의 양도거래를 적극적으로 은닉하는 행위에 해당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이므로 해당 행위에 대해 문제 삼을 수 있는 기간인 제척기간은 10년이 된다”라고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2심 법원은 “명의신탁 등을 통해 누진세율 회피, 수입의 분산 등 조세 회피의 목적이 있다”고 보고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증여세에 대한 과세만 취소하고 나머지 부분은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2심 법원의 판결 중 A씨가 패소한 부분에 대해 잘못됐다며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의 주식 명의신탁 행위와 부수행위를 조세포탈의 목적에서 비롯된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종합소득세와 양도소득세의 부과제척기간은 5년으로 봐야 하고 과세처분은 5년의 기간이 지난 후 이뤄져 위법하다”면서 A씨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주식 중 일부를 명의신탁하기는 했지만 조세포탈의 목적에 대해 충분한 증명이 없다”면서 “단순히 명의신탁이 있었다는 점만을 들어 이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누진세율의 회피 등과 같은 조세포탈의 목적을 일관되게 가지고 명의신탁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명의신탁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행위가 개입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했다. 이에 더해 “사소한 세액의 차이만을 내세워 조세포탈의 목적에 따른 부정한 적극적 행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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