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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법] 박근혜 선고로 본 '재판 생중계' A to Z

법원, 6일 박근혜 1심 선고 생중계 결정…미국 주법원과 영국 대법원은 생중계 허용, 독일·프랑스는 금지

김종훈 기자 2018.04.04 16:02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스1

오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66)의 1심 선고공판 생중계는 우리나라에서 대법원이 아닌 하급심 재판으로는 첫번째 사례다.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은 중계방송에 반대했지만 재판부는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했다며 생중계 허가를 결정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이었던 도태우 변호사가 생중계를 일부 제한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 변수다.

◇2013년 사상 첫 재판 중계

우리나라에서 하급심이 아닌 대법원 재판은 기존에도 중계방송이 허용돼왔다. 처음으로 중계된 재판은 2013년 3월 베트남 여성 A씨에 대한 국외이송약취 사건 상고심이었다. 대법원 재판을 방송중계할 수 있다는 대법원 규칙은 그 전부터 있었지만 실제로적용된 건 이 사건이 처음이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남편의 박대에 시달리다 생후 13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떠난 A씨를 유괴범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공개변론을 TV와 인터넷을 통해 중계했다. 이후로도 2015년 6월 혼외자를 낳고 가출한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한 사건과 2016년 9월 분묘기지권 사건의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등이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규칙상 1·2심 재판도 공판이나 변론 개시 전까지는 중계가 가능했지만 그동안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다. 그러다 2016년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요 사건의 1·2심 선고공판도 중계할 수 있도록 규칙이 개정됐다.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은 이 개정 규칙이 적용된 첫 사례다.

◇미국 주 법원과 영국 대법원은 허용…독일·프랑스는 금지

사법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워싱턴 D.C.를 제외한 거의 모든 주에서 재판의 중계방송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재판이 방송에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성폭력 또는 소년 사건은 방송이나 녹화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연방대법원은 주 법원에 비해 중계방송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계방송 대신 변론을 녹음해 제공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영국 대법원은 심리 과정 대부분에 대해 생중계를 허용한다. BBC나 스카이뉴스(Sky News)의 인터넷 중계를 통해 재판을 지켜볼 수 있다. 성범죄 혐의를 받고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한 위키리스크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에 대한 범인인도재판의 경우 첫날 시청자만 1만4000여명에 달했다. 반면 1·2심은 판결문 낭독 등 일부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재판 중계방송을 허용하고 있다.

한편 독일과 프랑스는 재판의 중계방송을 엄격히 금지한다. 일본은 법원이 허가할 경우 가능하지만 실제로 허가를 내주는 사례는 드물다.

◇"인민재판 우려" vs "지금도 마찬가지" 찬반론

재판 생중계가 국민의 알 권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충족시켜주는 방법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가 1994년 O. J. 심슨 사건이다. 스포츠 스타이자 배우였던 심슨은 전처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은 TV로 생중계됐다. 이 과정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제기되면서 재판은 여론전으로 변질됐다. 심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공정성 시비까지 일었다. 한 변호사는 "재판이 생중계되면 여론에 좌우되는 '인민재판'으로 흐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판 중계의 찬성론자들은 이에 대해 극복가능한 문제라고 반박한다. 한 판사는 "재판부가 적절하게 소송지휘를 한다면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문제"라며 "이미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발달로 영상중계와 비슷한 속도로 보도가 이뤄지고 있어 재판을 중계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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