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생민의 위약금 영수증'?…광고주에 줄 돈은

[나단경 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

나단경 변호사 2018.04.10 05:20
[법을 잘 알지 못해 억울한 일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람들이 알아두면 유용한 '법률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칼럼입니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설득할 때 하는 방법 그대로 요건사실과 구성요건이 있는지 여부를 정리하다보면 우리가 알고 싶은 궁금증이 풀립니다. 이슈가 되는 사건과 유사한 사례를 통해 지식 충전!]



최근 연예계에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됨에 따라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들은 사실상 방송과 광고에서 하차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연기자 오달수씨의 경우 개봉을 앞둔 영화가 '컨트롤'과 '신과함께-인과 연'을 비롯해,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이웃사촌'까지 총 영화 4편이라고 전해졌고, 방송인 김생민씨의 경우 계약한 광고만 1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 제작사와 광고주들에게는 막대한 손해가 예상되고, 계약 해지와 이에 따른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영화 제작사와 광고주들이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바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품위유지조항 때문입니다.

1. 영화 제작사나 광고주들은 품위유지조항을 이용해서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기업들은 연예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 대부분 품위유지조항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연예인들이 대중의 비판을 받게 되면 기업으로서는 자사 제품에 해당 연예인의 부정적 이미지를 결합시키지 않기 위해 위 조항 위반을 적극 활용하여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게 합니다. 보통 업계 관행상 품위유지의무 위반 시 수령한 모델료의 200%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품위유지조항은 대부분 모호하게 작성되어있기 때문에 품위유지의무 위반인지 여부가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품위유지조항 관련 대법원 판례로는 유명연예인이던 고 최진실씨와 아파트 건설회사 사이의 광고모델계약 해지 및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분쟁이 있습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6다32354 판결 참조).

고 최진실씨가 아파트 건설회사와 체결한 광고모델계약 중 품위유지 조항은 “사회적 도덕적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00주식회사의 제품 및 기업이미지를 훼손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었고, 품위유지조항 위반 시 수령한 모델료의 200%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고 최진실씨는 당시 기자들에게 가정불화로 자신이 폭행을 당한 경위를 설명하며 멍이든 얼굴을 보였고, 파손된 집기들이 있는 집안의 모습을 공개하였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품위유지조항을 위반한 것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고 최진실씨 사례에서 대법원은 고 최진실씨가 광고모델계약에서 품위유지의무 위반하였다고 보아, 아파트 건설회사의 광고계약 해지 및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6다32354 판결 참조). 

최초 고등법원은 아무리 연예인이라지만 다른 부부 일방의 폭력행위까지 숨기고 감내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광고모델 계약상의 사회적, 도덕적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06. 5. 2. 선고 2005나89300 판결 참조). 그러나 파기환송 후 같은 법원은 모델 자신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 그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는 사정이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적절한 대응을 통하여 그 이미지의 손상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계약상의 품위유지의무를 인정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0. 2. 9. 선고 2009나47458 판결 참조). 

이렇듯 같은 사실관계에 대하여 품위유지조항의무 위반인지 판단한 법원의 시각도 상이한 만큼 모호한 품위유지조항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3. 그렇다면 “ME TOO”의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 어떻게 되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제작사와의 영화출연계약이나 광고모델계약의 계약서 상에 품위유지조항이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ME TOO”의 가해자로 지목된 경우에는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ME TOO”의 가해자로 지목됨으로 인하여 연예인의 긍정적 이미지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나 구매요인 효과는 훼손되었다고 볼만한 상당성이 인정될 것입니다. 

우리 대법원 판례 태도에 따르면 만일 광고모델 측에서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니다”라고 항변을 하고 광고모델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광고모델 스스로가 이미지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민법 제398조에 의해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자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당사자 사이의 계약으로 미리 정하여 두는 것으로,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분쟁이 되어 법원으로 가게 되면 계약 기간, 실제 손해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 금액은 감액될 여지가 있습니다.

4. 품위유지의무 너무 모호해서 억울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광고모델은 품위유지의무를 축소하기를 원할 것이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연예인의 이미지 손실로 인한 불측의 손해를 보상받기를 원할 것입니다. 연예인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해야하는 것을 계약상 의무로 부과하는 것이 오늘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품위유지 조항은 광고료나 출연료의 2배 정도를 반환하는 것인데,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의 경우를 생각하면 이미 촬영이 다 끝난 상태이고 이를 다시 촬영한다고 가정한다면 출연료의 2배를 상회하는 손해가 발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고려하였을 때 연예인의 모든 구설수로 인한 손해를 보상받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업의 이미지를 해하는 모든 행위”나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부도덕한 행위”처럼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계약서에 기재한다면 언뜻 보아서는 유리해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법원의 재량의 여지를 크게 만드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부도덕”한 행동과 “기이한” 행동 간의 구분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되도록 명확하고 자세하게 규정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할 것입니다. 


[
나단경 변호사는 임대차, 이혼, 사기 등 누구나 겪게 되는 일상 속의 사건들을 주로 맡습니다. 억울함과 부당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것이 변호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큼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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