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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노동법] 회식 중 맞아 숨졌는데 보상 못 받아…왜?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8.04.11 05:00


임종철 디자이너

부사관이 부대 사람들과 함께 회식을 하다 상급자에게 얼굴을 맞고 뇌출혈로 사망했지만 보훈보상 대상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습니다. 부대장이 주재하는 회식이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2012년 육군에서 근무하던 부사관 A씨는 최선임자였던 B씨 등 상급자 2명을 포함해 동료 5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일행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오후 9시쯤 노래방 비용 내기 당구를 치러 당구장에 갔다가 오후 10시30분쯤에는 근처 노래방에서 회식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이미 시간이 늦어 다음날이 돼 버린 밤 0시10분쯤 B씨는 A씨를 노래방 밖으로 데리고 나와 업무 관련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B씨는 A씨의 "해 준 게 뭐 있느냐"는 말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얼굴을 한 대 때렸습니다. 곧 일행은 헤어졌고 A씨는 집을 향해 걸어가다 길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끝내 뇌출혈로 숨졌습니다. A씨를 때려 숨지게 한 B씨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A씨의 유족은 2013년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등록을 신청했습니다. 보훈보상대상자란 군인이나 경찰, 소방 공무원 가운데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 등을 의미합니다. 여러가지 지원을 받을 수 있죠. 하지만 이 신청은 보훈청에서 거부당했습니다. 직무수행 중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유족들은 소송을 선택했고 결국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1심 법원은 “A씨가 참가한 회식은 상급자의 제의로 간부 전원이 참석한 상태에서 이뤄졌고 휴일 근무에 따른 격려 차원이었다”라며 “회식의 전반적인 과정이 최상급자인 B씨의 지휘를 받는 상태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2심은 달랐는데요. 2심 법원은 “B씨는 최선임자이긴 하지만 A씨 소속 부대의 부서장이 아니고 부서장으로부터 저녁회식과 당구장 및 노래방 모임에 관한 지휘·관리를 위임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도 없다”면서 “저녁회식은 부대 밖에서 이뤄진 사적인 친목 도모 모임”이라며 유족 측에게 패소 판결 했습니다. 내기 당구가 이뤄진 점도 판결의 이유가 됐습니다.

1심 법원과 2심 법원의 판단이 갈라진 가운데 대법원은 2심 법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2017두65074 판결) 대법원은 “관련 규정에 따라 소속 부대의 상관이 주재하거나 지휘·관리한 행사나 회식 중 사망했더라도 그 상관이 ‘부대장 또는 소속기관장’에 해당한다거나 또는 그로부터 위임을 받아 지휘·지배·관리한 행사가 아닌 경우에는 보훈보상대상자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회식이 직무수행에 포함되기 위한 기준은 다른 유사한 사례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같은 군인들끼리의 회식이 모두 직무수행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부대의 상관이나 그로부터 위임받은 사람이 회식을 관리하거나 지배하는 경우에만 직무수행에 포함된다고 봤습니다. 이런 기준에 따라 A씨의 유족 측은 결국 패소가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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