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법 생기면 국세청이 달라질까?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오태환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8.04.12 05:15
그래픽=이지혜 기자

국세청법 제정안이 2018년 2월 5일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제안이유에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세정을 구현하고 국세청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함이라고 되어 있는데, 주요 내용에는 국세청장의 임기(2년)를 보장하되 국회의 청문절차를 거쳐 자질을 검증하도록 하며, 납세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하여 납세자인 국민의 권리보호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게 하고, 국세공무원을 공개경쟁 시험을 통한 채용한 후 그 지위를 특정직공무원으로 다른 일반 공무원과 분리하며, 국세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의무 부과함과 아울러 부당한 세무조사 요청에 대한 자체감사기구의 설치와 국세공무원의 퇴직 후 일정기간 유관 업체 취업제한 등이 규정되어 있다.

법안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그 기저에는 국세행정을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독립시켜 자의적인 세무조사권의 남용을 막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이는데, 야당이 법안을 발의하였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있는 듯 하다.

국세청법의 제정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정부입법의 형태로 국세공무원법이 제안되었고, 그 이후에도 국회에서 2007년, 2013년, 2014년 등 3차례 국세청법 제정안 발의되었다. 대부분의 입법안에 포함되어 있던 내용이 국세청장의 임기제이다. 이는 정치권력이 국세청장의 임면권을 무기로 국세청장에게 음성적인 외압을 행사하였고, 그러한 요청에 따라 국세청이 세무조사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였다는데 대한 반성과 더불어 방어적인 차원에서 임기가 보장되는 국세청장이 외압을 막아 줄 방패막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이와 같은 국세청 독립의 지향점이 납세자인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터인데, 최근의 국세청법 발의를 포함하여 국세청법 제정을 주도한 것은 모두 야당이었고, 과거에 제안된 국세청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한 채 폐기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과연 정치권이 국민을 위한 목적으로 국세청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것인지, 실제로 제정할 의향은 있는 것인지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잘 지켜 보아야 할 것이다.

아직 국회에서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발의된 국세청법안의 내용을 두고 학계와 실무계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전반적인 시각은 이제는 국세청법을 제정하여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인데, 국세청이 가지는 위상과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하면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세청을 기관구성에서부터 독립시키고 임기를 보장해 본들 현실적으로 임기를 다 채우는 분이 몇 분이나 될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을 수도 있지만, 법규범으로 우리가 지키고 따라야 할 룰과 규칙을 만든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또 다른 측면에서 한걸음 진보하였다는 의미로서 그 가치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세무조사권과 조세부과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그 동안 그 권한을 부당하게 사용하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국세청이 국세청법이 제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국민 대다수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세무조사를 한번이라고 당해 본 국민이, 거액의 세금을 부과 받은 국민이 어찌 국세청을 향해 좋은 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국세청이 현재 제안된 국세청법 제정안에 들어 있는 내용을 조금이라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 준다면, 국민으로부터 최소한 공정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국세공무원이 권한은 있지만 함부로 내세우지 않고, 조그만 잘못이라도 깊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며, 말 한마디 한 걸음이라도 되돌아 보고 신중하게 행동하고, 왜 세금을 부과할 수 밖에 없는지를 낮은 자세로 설득한다면, 원망은 할지언정 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바라건대 이번에 발의된 국세청법안에 이러한 소망들이 잘 담겨 국세청이 국민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오태환 변호사의 주요 업무는 조세 관련 쟁송과 세무조사, 행정불복 분야이다. 부산지방법원, 인천지방법원을 거쳐 조세 및 행정 전문 법원인 서울행정법원판사로 재직했다. 현재 대법원 특별법연구회, 대한변호사협회 세제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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