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할 '직장 괴롭힘' 빈발해도 규제안은 국회서 잠잔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직장괴롭힘 방지 특별법 4건 계류중…환노위 통과조차 못해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8.04.16 17:04

국회에서 직장 괴롭힘을 막기 위한 법률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여전히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현행 형법 등으로 규율되지 않는 직장 괴롭힘의 경우 손해배상 외엔 다툴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직장 괴롭힘이란 성희롱, 왕따, 과중한 업무 부여 등 직장 내에서 노동자의 신체·정신적 건강을 침해해 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 전반을 말한다(국가인권위원회).

16일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직장 괴롭힘 관련 법안들을 조사한 결과 총 4건의 법률이 발견됐다. 20대 국회에서 이인영·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종오 전 민중당 의원이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 1건씩 발의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피해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냈다.

이 의원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은 '직위, 업무상의 우월한 지위 또는 다수의 우월성을 이용해 다른 근로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훼손하거나 인격을 침해하는 행위'로 직장 괴롭힘의 개념을 정의했다. △의도와 적극성을 가지고 지속적·반복적으로 소외시키거나 괴롭히는 행위(왕따) △정당한 이유 없이 6개월 이상 업무에서 배제하는 행위 △불필요하거나 모순적인 업무지시를 반복하는 행위 △반복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인격을 침해하거나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등 유형별로 금지 의무를 지정한 법안이다.

한 의원의 법안은 직장 괴롭힘을 '직장 내외에서 직장 내의 지위나 인간관계 등의 직장 내 우월성을 이용해 업무의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거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일체의 행위'로 보고 예방교육의무를 사업자에게 부과했다. 윤 전 의원의 법안은 △격리시키거나 소외시키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경력과 동떨어진 업무를 부여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한 업무 또는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는 행위 △퇴사를 유도하는 방편으로서 대기발령, 전환배치, 교육훈련을 하는 행위 등을 직장 괴롭힘에 포함시켰다.

이정미 의원은 지위나 다수의 우월성을 이용해 직장 안팎에서 특정 근로자를 소외시키거나 괴롭히는 행위 등을 통해 다른 근로자의 권리와 존엄을 침해하거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것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의했다. 법안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의무와 △예방교육 △가해자 징계, 근무장소 변경 또는 유급휴직 △피해자에 불리한 조치 금지 등이 담겼다.

그러나 이 가운데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속기록에서는 해당 법안들을 언급한 대목조차 나오지 않는다.

기존 민법을 통한 구제는 직장 괴롭힘의 예방과 금지를 기업에 의무화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직장 괴롭힘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이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는 만큼 법원은 직장 괴롭힘을 민법상의 불법행위로 보고 가해자와 사업주에게 단순 손해배상을 하도록 할 뿐이다. 이를 규정한 법률이 통과되지 않는 이상 법원은 직장 괴롭힘에 대해 구체적인 피해 구제책을 명령할 근거가 없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은 해고·징계 등 기업의 불이익처분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직장 괴롭힘 문제를 함께 놓고 손해배상을 다투는 것 말고는 거의 다투지 못하고 있다.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노무사는 "직장 괴롭힘을 놓고 다툰다 해도 인정받는 경우는 희소하다"며 "증거가 모두 회사에게 있고, 법령 자체가 없어 회사의 의무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발의된 법안들에도 다른 국가들처럼 직장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예방교육 미실시에 대한 과태료 처분 정도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다음주 초 직장 괴롭힘 방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지만 예방 위주의 법안이다. 가해자 처벌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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