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반정부 활동가 난민 인정…박해 우려"

박보희 기자 2018.04.17 06:00
그래픽=이지혜 기자

법원이 정부와 집권여당으로부터 박해를 받아 도망쳐 나왔다고 주장한 에티오피아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난민으로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승원 판사는 16일 에티오피아에서 온 A씨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씨는) 민족적 이유와 반정부 활동 이유로 정부 또는 집권여당으로부터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난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에티오피아 출신인 A씨 가족은 티그레이족 출신을 중심으로 한 EPRDF(인민혁명민주전선)가 정권을 잡은 뒤 어려움을 겪었다. 대학에 가서도 EPRDF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A씨는 민족 차별 등을 알리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A씨는 꾸준히 EPRDF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그러던 어느날 군인이 회사에 찾아오기도 하고, 여행 중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에게 체포돼 조사를 받는 일까지 생겼다. A씨는 결국 에티오피아를 떠나 난민이 되는 길을 택했다. A씨는 에티오피아에 돌아갈 경우 EPRDF 지지자들에게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에티오피아에서는 EPRDF가 집권한 뒤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다. 캐나다 이민난민위원회 보고서(1992년), 호주 난민심판원 보고서(2010년),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2016년) 등에는 에티오피아에서 수십년간 민족 차별이 이뤄지고 있고,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수백명의 사람들이 정부에 살해되거나 실종되기도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재판부는 "난민의 요건이 되는 박해는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해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라며 "난민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진술의 일관성과 설득력, 국적국의 상황과 거주지역의 환경 등에 비춰 주장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 증명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설득력있게 진술하고 있는 점 △진술 내용이 여러 인권보고서 등에서 보고된 객관적인 정황에도 부합하는 점 등을 근거로 A씨를 난민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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