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여성 변호사 싫어요"…변호사업계서도 성차별

채용시 남성 변호사 선호·업무서도 다양한 사건수임서 배제

이보라 기자 2018.04.23 05:00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변호사들끼리 하는 말 중에 ‘성별도 하나의 스펙’이라는 말이 있어요. 같은 조건이면 여성보다 남성 변호사를 선호한다는 거죠.”(서초동의 한 여성 변호사)

‘남성도 스펙이다’. 이 말은 일반 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만 적용되는 말은 아닌가 봅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여성이 채용이나 입사 이후 업무에서 성차별을 당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여성은 힘겹게 사법고시나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해서 ‘불행 끝 행복 시작’이 아니라고 합니다. 로펌에 입사 지원을 할 때부터 ‘유리 천장’에 부딪힙니다. 대다수 로펌에서는 남성 비중이 훨씬 높을 뿐더러 채용할 때 남성 변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죠.

신입을 뽑을 때 남성 변호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같이 일할 때 남자끼리는 서로 편한 게 있다”며 “저연차 때는 야근 등 업무 부담도 큰 데 체력적으로 남성이 더 견디기 쉽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일반 기업처럼 여성은 육아, 출산 부담 등이 있어 공백이 생기는데 이럴 때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 점도 로펌 입장에서 불편하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남성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더 많다 보니 채용도 남성 변호사를 더 많이 뽑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변호사들의 말입니다.

채용에서만 차별을 당하고 끝일까요. 여성 변호사가 로펌에 입사한 뒤에도 차별은 이어진다고 합니다. 남성에 비해 여성 변호사는 다양한 사건을 맡을 기회가 적다는 것입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사사건 같은 경우는 좀 험해서 여성보단 남성 변호사에게 맡긴다”며 “수사나 재판 받을 때 수사관이나 검사하고 힘싸움을 해야 하거나 액션을 취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남성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내 뿐 아니라 소송을 맡기는 의뢰인도 성차별을 한다고 합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유능한 여성 변호사를 의뢰인에게 소개시켰는데 의뢰인이 왜 여성을 소개시켜줬냐며 불만을 나타낸 적이 있다"며 "남성이 여성보다 일을 더 잘한다는 편견인지 의뢰인들이 남성 변호사를 더 선호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사건을 맡기 어려우니 여성 변호사들은 그나마 여성 변호사가 선호되는 가사소송 쪽에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혼 소송 등 가사 문제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이해도가 높을 것이란 생각에 여성 변호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소송을 맡고 싶어하는 여성 변호사 입장에선 커리어에 제한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또 한정된 영역에서 여성 변호사들끼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문젭니다.

결국 차별에 불만을 느낀 많은 여성 변호사들은 로펌을 떠나게 된다고 합니다. 서초동의 한 여성 변호사는 “여성 변호사들은 상대적으로 업무 환경이 괜찮고 차별이 덜한 공기업이나 사기업에 사내 변호사로 많이들 간다”고 말했습니다.

법조계에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촉발되면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성적 피해와 차별이 조명되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여성 변호사들이 부딪히는 불평등한 근로 환경에까지 변화가 찾아오길 바라는 건 무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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