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동안 매일 일하다 뇌출혈…'업무상 재해' 아니라고?

나정은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2018.04.24 05:20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사정이 인정돼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5두49122 판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질병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여기에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음이 인정된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바, 법원은 이것을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할까. 이번에는 근로자에게 다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한다.

이 사건의 망인은 건축설계기사로 근 한 달 동안 쉬는 날 없이 매일 일하다가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에 망인의 남편이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에서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근로자의 사망 당시 연령이 29세에 불과하고 이 사건 재해일까지 1달여 간 휴무 없이 계속 출근한 점이 인정됐다. 하지만 망인의 담당업무는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중한 업무가 아니었다. 또 재해일 4주 전부터 휴무 없이 근무하기는 했으나 보통 20시 이전에는 퇴근해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점 및 망인의 기존 질환인 뇌동맥류는 특별한 원인 없이도 자연발생적으로 파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망인의 사망과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려우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한 달 동안의 휴무 없는 근무는 일상적인 업무에 해당하고, 저녁 8시 이전에 퇴근하는 것은 업무 강도가 세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유사한 근무 및 강도라 할지라도 근로자의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내려질 수 있으니 대상판결을 일반화해서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는 없어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나정은 변호사는 노동, 산업재해, 의료, 보험, 교육행정 관련 사건을 다루며 송무 등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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