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갑질의 진실, 물컵은 알고 있다

[나단경 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

나단경 변호사 2018.04.24 05:00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가 회의 중이던 광고대행사의 직원이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물컵을 던지고 회의실에서 내쫓은 것으로 알려지며 ‘물컵 갑질’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대한항공의 국적기 자격을 박탈하라는 국민 청원까지 올라오게 되었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조현민씨의 사퇴를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7일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고 음료를 뿌린 혐의로 조현민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출국정지도 신청했습니다. 현재 위 사건은 경찰 조사단계이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경우를 나누어 형사상 처벌 가능성을 알아보겠습니다.

1. ‘사람에게’ ‘음료’를 뿌렸다면 형법상 폭행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음료를 뿌렸다면 폭행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법상 폭행죄(형법 제260조)의 구성요건인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를 말합니다. 이에 대해 우리 대법원 판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폭행죄에 있어서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서, 비록 그 물리적인 힘이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오관에 직접. 간접으로 작용하여 불쾌 내지 고통을 주는 성질의 것이라면 그로써 족하다(대법원 1990.2.13. 선고 89도1406 판결).

즉 대법원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체에 꼭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간접적으로 작용하여 고통을 주는 것이라면 형법상 폭행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해자에게 마치 때릴 것처럼 주먹을 휘두르거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는 직접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았다고 해도 폭행에 해당합니다.

실제로 사람에게 음료를 뿌린 경우 폭행죄에 해당한다고 본 하급심 판례도 있습니다. 2012년 청원군수를 만나 면담을 하던 민원인이 본인에게 청원군청 과장이 “아줌마, 내려가서 이야기 하시죠”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화가 나 탁자 위에 있는 녹차를 뿌린 사안에서, 민원인은 피해자가 옷을 잡아당기며 나가라고 하기에 항의 표시를 한 것이어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하급심 판례는 피고인의 행위는 단순한 방어 수단을 넘어 공격의 의사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정당방위가 아니며 폭행죄를 인정하여 벌금 20만원을 선고했습니다(청주지방법원 2013. 3. 28 선고 2012고정1134 판결).

조현민씨의 경우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매실음료를 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에게 음료를 뿌린 것이라면 위 대법원과 하급심 판례 태도에 따를 때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가 있었다고 볼 가능성이 크며, 형법상 폭행죄에 해당할 것입니다.

2. 단순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합의를 하면 처벌하지 않습니다.

단순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면 공소를 제기하지 못합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기소는 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범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기소할 수 없습니다. 대개 합의하면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서면을 받는데요 그 합의서가 있으면 처벌이 불가능합니다. 검찰이나 법원을 설득할 것 없이 피해자 한 사람만 설득하면 처벌을 안 받게 됩니다.

조현민씨의 경우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매실음료를 뿌렸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하고 합의를 한다면 기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순폭행이 아닌 특수폭행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매실음료만 뿌린 것이 아니고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한 것이라면 특수폭행에 해당해 대행사 직원과 합의하더라도 기소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3. ‘유리컵’을 ‘사람에게’ 던졌다면 형법상 특수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형법상 특수폭행(형법 제261조)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죄를 범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조현민씨는 유리컵을 사람에게 던졌는지가 문제되고 있으므로 특수폭행의 구성요건 중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폭행’ 했는지가 문제되는데요.

먼저 ‘유리컵’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가 문제입니다.

우리 대법원 판례는 ‘위험한 물건’에 대해서 “흉기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널리 사람의 생명, 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체의 물건을 포함한다고 풀이할 것이므로, 본래 살상용ㆍ파괴용으로 만들어진 것뿐만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칼, 가위, 유리병, 각종 공구, 자동차 등은 물론 화학약품 또는 사주된 동물 등도 그것이 사람의 생명ㆍ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사용되었다면 '위험한 물건(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도2812 판결)”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위 판례는 피해자에게 농약을 먹이려하고 당구큐대로 폭행한 사안인데, 대법원은 농약과 당구큐대를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며 유리병도 위험한 물건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다른 하급심 판례는 탁자 위에 있던 유리컵을 손으로 집어 탁자 위에 내리쳐 깨뜨린 사안에서 깨진 유리컵 조각은 위험한 물건이라고 보았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0. 9. 14 선고 2010노378 판결).

그러나 다른 대법원 판례는 당구공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툭툭 건드린 경우 당구공은 위험한 물건이 아니라고 본 예도 있습니다(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7도9624 판결). 결국 우리 법원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구체적인 사안에서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곧 살상의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현민씨가 던졌다고 혐의를 받고 있는 유리컵이 사람에게 던졌을 때 살상의 위험을 느낄 만한 것이었는지에 따라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유리컵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람에게’ 또는 ‘사람을 향해서’ 던졌는지도 문제가 됩니다. 간접적으로나마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가 있어야 폭행이라고 보기 때문에, 만일 조현민씨가 상대방을 향해서 유리컵을 던진 것이 아니라면 특수폭행은 인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조현민씨는 물을 뿌리진 않고 밀치기만 했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4. 경멸적인 표현의 갑질은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형법상 모욕죄(형법 제311조)는 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연성’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하고, ‘특정성’ 피해자가 명확해야하고. ‘모욕적인 표현’으로 사실과 관계없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이 필요합니다. 또한 모욕죄는 친고죄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고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고소하지 못합니다.

회의 장소 등 다른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경멸적인 감정의 표현을 했다면 모욕죄에 해당합니다. 조현민씨의 경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조현민 음성파일’이 뜰 만큼 여론의 관심이 대단하고 대한항공 측은 음성파일에 대해 조현민씨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부인한 상황입니다. 보통의 범죄들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상대방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가해자들은 가해행위를 멈추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권력관계에 의한 범죄에서 피해자들은 권력관계 때문에 물 세례나 욕 세례를 당하면서도 무력하게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데도 가해자들은 가해행위를 멈추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피해자들은 회사의 분위기나 공동체를 망치지 않아야 한다는 2차적인 압력까지 받게 됩니다. 모쪼록 직장 내 갑질 혹은 권력관계를 이용한 범죄는 근절해야합니다. 회사는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가 없도록 약속해야 하며, 이러한 대응만이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책임 축소나 회피를 위한 변명이 아닌 진심어린 사과가 존경 받는 회사를 만드는 첫걸음입니다.


[나단경 변호사는 임대차, 이혼, 사기 등 누구나 겪게 되는 일상 속의 사건들을 주로 맡습니다. 억울함과 부당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것이 변호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큼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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