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비는 자산일까? 비용일까?

충정 기술정보통신팀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혁신 기술과 법’ 이야기

김상준 회계사(법무법인 충정) 2018.04.26 05:20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현대 사회는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무한 경쟁하는 시대다. 삼성, 애플, 구글, 아마존 등 거대 기업 간 경쟁에서 볼 수 있듯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튀는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의 주목을 받는 기업은 시장을 독식하고 엄청난 이익을 거두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외면받고 규모가 축소되거나 도태되는 시대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하여 기업 사활을 걸고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지출하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의 조사통계에 따르면 세계 상위 2500개 기업이 2016년에 지출한 기술개발비는 전년대비 약 5.8% 증가한 7416억 유로 (2018년 3월 말 환율기준 약 973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 우리나라 기업이 지출한 기술개발비도 약 6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고, 다른 연구는 무형자산의 가치가 기업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개발비는 기업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성공하면 기업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가치 있는 지출이 되지만, 기술개발이 실패하면 관련 지출은 아무런 쓸모 없는 불용지출에 불과하게 되고, 그 결과 지출된 금액은 기업의 가용자산의 소모로 귀결되거나 또는 부채로 남게 되어 기업의 재무구조에 심각한 부담을 안겨 주게 된다. 

특히 첨단 IT 기업, 바이오기업, 게임산업 및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 등 기술개발비의 비중이 높은 기업은 연구개발을 통하여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제품개발에 집중함에 따라, 연구개발비의 지출 규모가 크고 따라서 연구개발비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지대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하여 지출하는 연구 및 개발비는 재무제표는 어떻게 회계처리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그 핵심은 말할 것도 없이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여 재무상태표에 자산으로 기록할 것인지, 그렇지 않고 이를 지출하는 연도의 비용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 보다 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이 기업 재무구조를 좋게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기업은 자산으로 기표하고자 하는 욕구를 갖게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가 채택한 국제회계기준은 기업이 지출한 자산에서 발생하는 미래의 경제적 이익이 기업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고, 자산의 원가를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다면, 해당 지출은 재무상태표에 무형자산으로 기록하되, 그렇지 않다면 관련 금액은 기업이 지출하는 시점에 비용으로 처리한다는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한 활동 △연구결과를 탐색, 평가, 최종선택, 응용하는 활동 △재료, 장치, 제품, 공정, 시스템이나 용역에 대한 대체 안을 탐색하는 활동 △새롭거나 개선된 재료, 장치, 제품, 공정, 시스템이나 용역에 대한 여러 가지 대체안을 제안, 설계, 평가, 최종 선택하는 활동 같은, 연구활동에서 발생하는 지출은 그 자체로 기업의 미래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산이 아닌 발생시점의 비용으로 처리토록 한다. 

한편 △생산/사용 전에 시제품과 모형을 설계, 제작, 시험하는 활동 △새로운 기술과 관련된 공구, 주형, 금형 등을 설계하는 활동 △상업적 생산 목적으로 시험공장을 설계, 건설, 가동하는 활동 △신규/개선된 재료, 장치, 제품, 공정, 시스템이나 용역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선정된 안을 설계, 제작, 시험하는 활동과 같은 연구단계보다 더 진전 된 개발단계에서 발생된 지출에 대해서는 얘기가 다르다. 

무형자산을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가능성, 무형자산을 완성하여 사용하거나 판매하려는 기업의 의도, 무형자산을 사용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 현존하는 거래시장이나 내부사용방안 등을 통한 미래이익을 창출방법, 개발을 완료하고 판매ㆍ사용하는데 필요한 기술적ㆍ재정적 자원의 입수가능성,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관련 지출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 등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경우에 한하여 이를 무형자산으로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은 이러한 기준을 성실하게 적용하여 연구개발비 회계처리를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기업이 연구개발비에 대하여 크게 의심할 만한 처리를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나 보도가 존재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일단 안도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기업회계와 관련된 기업과 외부감사인의 책임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이 회계기준에 따른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최근 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관련 자료를 보면, 일부 기업은 연구개발비 지출총액의 70% 이상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보고 되는데, 금융감독원이 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와 관련 회계처리의 타당성을 살펴보겠다는 발표를 하자 일부 기업의 주가가 요동을 친 적이 있다. 이는 연구개발비에 관한 일부 기업의 회계처리가 투자자에게 완전한 신뢰를 주지 못하는 점도 있다는 반증인 것으로 생각된다. 

앞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연구개발 활동과 무형자산의 가치가 기업 전체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기업의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처리에 있어서도 기업이 한층 더 객관적이고 투명한 방향으로 회계처리를 할 것을 기대해 본다.



법무법인 충정의 김상준 회계사는 Tech & Comms (기술정보통신) 중 블록체인, 핀테크 등 혁신기술 관련 회계/세무 및 국제통상 분야를 전문영역으로 하고 있다. 김상준 변호사가 속해있는 Tech & Comms 팀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3D프린팅,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핀테크, 블록체인, 가상화폐, 가상화폐공개(ICO), 가상화폐 거래소, 드론, 전기차, 자율자동차, 신재생에너지, 게임, 공유경제 등 다양한 혁신 기술과 관련된 법적 이슈에 대하여 전문적인 법적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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