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이거다", 관세청은 "저거다"…엇갈리는 이유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전완규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8.04.25 05:15
그래픽=이지혜 기자

A 법인은 최근 해외계열사인 B 법인으로부터 원자재를 수입하였다. A 법인은 B 법인에게 실제로 지급한 원자재 대금을 기준으로 관세와 법인세를 납부하였다. 그런데 국세청은 A 법인이 B 법인에게 지급한 원자재 대금이 시가(정상가격)보다 높아 법인세 과세표준이 낮게 신고됨으로 인해 법인세를 과소 납부하였다고 하면서 실제 지급한 원자재 대금보다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다시 계산하고 A 법인으로부터 법인세를 추가로 납부 받았다. 
A 법인은 이와 같이 법인세를 추가로 납부한 후 국세청이 인정한 원자재 가격보다 높은 가격, 즉 실제로 지급한 원자재대금을 기준으로 관세를 신고 납부함으로써 관세를 과다 납부하였다는 이유로 국세청이 인정한 원자재 가격을 기준으로 관세를 경정하여 환급해 달라고 관세청에 요청하였다. 그러나, 관세청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A 법인은 하나의 수입거래와 관련하여 서로 다른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법인세와 관세를 납부한 셈이 되었다.

A 법인은 국세청, 관세청 모두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하는 똑같은 국가기관인데 관세청이 국세청이 인정한 원자재 가격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해외계열사와 거래해 본 경험이 있는 법인이라면, 이런 일을 한 번쯤 겪어 봤을 것이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먼저 세법적 관점에서는 내국세와 관세는 과세 목적과 근거 법률을 달리 하고 있어 적정한 수입가격을 산정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실무적 관점에서는 내국세와 관세에 대한 징수 및 환급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국세청과 관세청으로 나누어져 있으므로, 이들 업무를 일관되게 처리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해외계열사의 조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면, 위 사례에서 A 법인과 해외계열사 B 법인이 국세청이 시가로 인정한 원자재 가격을 거래가격으로 변경하여 거래를 계속하는 경우, 해외계열사가 속한 국가의 과세당국은 한국 국세청이 시가로 인정한 가격을 인정하지 않고 B 법인이 저가에 원자재를 공급하였다는 이유로 종전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B 법인에 대하여 법인세를 얼마든지 부과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해외계열사가 속한 국가의 과세당국은 과세가 자국의 고유한 권한이라는 이유로 한국 국세청이나 관세청이 인정한 시가에 구애 받지 않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물품의 가격은 거래 당사자가 각자가 처한 경영상황, 시장 상황, 각자의 이윤 등을 고려하여 상호 간의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다. 국세청, 관세청은 원칙적으로 이에 관여하지 않는다. 반면에, 특수관계에 있는 해외계열사와의 거래는 국세청, 관세청이 시가와 다르게 가격을 정하는 방법으로 과세소득을 국외로 이전하거나, 관세를 탈루할 가능성이 일반 거래보다 농후하다는 이유로 거래 당사자가 신고한 가격에 구애 받지 않고 실제 거래가격을 살펴 보는 방법을 통해 관여한다. 실무상 거래가격을 다시 산출하는 방법을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측면에서는 정상가격 산출, 관세법 측면에서는 과세가격 결정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특수관계에 있는 해외계열사와의 거래가격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이와 같이 내국세, 관세는 물론이거니와 해외계열사가 납부하여야 할 세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여 적정가격을 결정하여야만 회사가 나중에 받을 수 있는 세무상 위험이나 불이익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 최근 개정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이 국외특수관계인과 일정 규모의 국제거래를 하는 납세의무자에게 국제거래정보통합보고서(통합기업보고서, 개별기업보고서, 국가별보고서) 제출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국제거래 가격의 산출 근거를 남기도록 하고 있는바, 위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세에 대한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전완규 파트너 변호사는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31기)를 수료했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업무분야는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지방세, 국제조세 등과 관련된 조세자문 및 조세쟁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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