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건설

[친절한 판례氏] 공사장 먼지, 누가 책임져야 할까

대법 "최초 수급업자가 배출신고·시설조치 의무"

황국상 기자 2018.05.01 05:05
지난해 3월2일 서울 중랑구의 한 비산먼지 발생 위반사업장에 방진벽과 방진덮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관내 560개 공사장을 25개 자치구와 합동점검 해 비산먼지 발생 억제시설을 가동하지 않은 52개 현장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비산먼지를 발생시키는 사업장은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사업 시행 전 관할구청에 신고를 하고 야적, 싣기 및 내리기, 수송 등 배출 공정별로 비산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시설을 가동해야 한다. 특사경은 적발한 52곳 중 29곳을 형사입건하고 나머지 23곳은 관할 구청에 행정처분 및 과태료처분을 요구했다. /사진제공=뉴스1

발주자로부터 최초 수급인, 재하수급인 등으로 복잡한 계약 단계를 거쳐 수행되는 건설산업의 특성상 공정 중간 단계에서 생기는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할지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계약 단계에서 특정 업체를 지목해 문제 발생시 민·형사상 책임을 다 지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비산먼지 확산 역시 건설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다. 비산먼지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경우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한 대법원 판례(2016년 12월15일 선고, 2014도8908)를 소개한다.

건설업체인 A사는 2010년 12월 B사로부터 한 산업단지 조성사업의 재하수급인으로서 공사에 참여했다. B사는 지방 공기업이 발주한 사업을 수급받아 이 중 일부를 A사에 재차 도급을 줬다.

A사는 공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5㎜ 이하 돌가루(석분) 2만3000톤에 방진 덮개를 덮거나 방진벽·방진막을 설치하지 않는 등 비산먼지 발생 억제 설비를 설치하지 않았다. A사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기환경보전법은 △비산먼지를 발생시키는 사업을 하려는 자는 지자체 장에게 이를 신고하고 △비산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때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B사는 A사에 공사 도급을 주기 전 대기환경보전법이 규정한 2가지 의무(신고 의무 및 방진설비 설치 의무) 중 비산먼지 발생사업 신고는 했지만 별도의 방진설비 등의 설치는 하지 않았다.

1심은 A사의 혐의를 유죄로 봤다. 최초 수급업자인 B사와 A사가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비산먼지 발생과 관련한 민·형사상 처리와 비용은 피고인이 부담한다"는 문구를 계약서에 넣었던 점 등을 볼 때 A사에 책임을 지우는 게 맞다는 것이었다.

A사는 이에 "당사는 B사로부터 공사를 재하도급 받은 자에 불과하다. 비산먼지 발생신고를 B사가 했으니 방진설비 억제시설 설치 등의 조치 의무도 B사가 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또 "A사와 B사 사이의 하도급계약은 사적 계약에 불과할 뿐 이로 인해 A사가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항소를 제기했다.

2심 재판부는 A사에 무죄를 선고했다. 대기환경보전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 규정의 문언을 해석할 때 최초로 신고한 자(B사)가 곧 방진설비 설치 의무까지 진다고 보는 게 맞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역시 2심의 판단이 맞다고 보고 검사의 상고제기를 기각시켰다. 대법원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건설업을 도급에 의해 시행할 때 '발주자로부터 최초로 공사를 도급받은 자'가 비산먼지 발생사업 신고를 해야 하고 그 신고를 할 때 시설조치 의무의 이행을 위한 사항까지 포함해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봤다.

또 "이는 여러 단계의 도급을 거쳐 시행되는 건설공사의 특성을 고려해 사업장 내 비산먼지 배출공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통제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할 목적"이라며 "하도급에 의해 공사를 할 때도 비산먼지 배출 신고의무와 시설조치 의무는 최초 수급인이 부담하도록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A사는 '최초 수급인'이 아니므로 비산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필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다"며 "원심의 무죄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관련조항
대기환경보전법
제43조(비산먼지의 규제)
① 비산배출되는 먼지(이하 "비산먼지"라 한다)를 발생시키는 사업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을 하려는 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신고하고 비산먼지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를 변경하려는 때에도 또한 같다.
②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제1항에 따른 비산먼지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시설의 설치 또는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거나 그 시설이나 조치가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사업을 하는 자에게 필요한 시설의 설치나 조치의 이행 또는 개선을 명할 수 있다.
③ 특별자치시장ㆍ특별자치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제2항에 따른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자에게는 그 사업을 중지시키거나 시설 등의 사용 중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다.

대기환경보전법
제92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5. 제43조제1항 전단 또는 후단을 위반하여 비산먼지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자. 다만, 시멘트ㆍ석탄ㆍ토사ㆍ사료ㆍ곡물 및 고철의 분체상(분체상) 물질을 운송한 자는 제외한다.

대기환경보전법
제95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89조, 제90조, 제90조의2, 제91조부터 제93조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과)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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