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친절한판례氏] 술 취한 승객, 인도 없는 길에 내려줬다 '꽝'

"승객 보호 의무 있는 택시기사가 승객을 도로에…책임 인정 '유죄'"

박보희 기자 2018.05.06 05:05

택시기사가 승객을 태우고 가다가 인도가 없는 자동차전용도로에 내려줘 사고가 났다면 누구의 책임일까? 도로 위 승객을 친 운전자일까? 아니면 승객을 방치한 택시기사일까? 법원은 승객을 방치한 택시기사에게 책임을 물었다.(광주지방법원 2017고합146 판결)

택시기사 A씨는 늦은 밤 술에 취한 승객을 태우고 왕복 6차선의 자동차전용도로를 운전 중이었다. 하지만 승객이 횡설수설하며 욕설을 하자 승객을 자동차전용도로에 내려주고 가버렸다. 승객이 내린 곳은 자동차만 다니는 곳으로 인도가 없어 사람의 통행이 불가능했고, 도로 구조상 걸어서 쉽게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곳이었다. 술에 취해 방향감각을 잃고 도로에서 30여분간 헤매던 승객은 결국 지나가던 차에 치어 숨지고 말았다. 

법원은 택시기사에게 유기치사죄에 해당한다며 유죄 선고를 내렸다. 법원은 "택시기사에게는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태워 줄 계약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택시기사는 자동차도로에서 걸어서 쉽게 밖으로 나갈 수 없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점 △심야시간대로 시야가 좋지 않아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던 점 △다른 자동차에 의해 사고를 당하거나 다른 위해요소에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수 있던 점 △술에 취한 승객은 사고와 행동이 정상적이지 못해 보호자의 부조가 필요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던 점 등을 지적했다.

반면 승객을 차로 친 운전자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자동차전용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는 보행자까지 예견해 급정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대비하면서 운전할 주의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치어 사고가 난 경우라도 '운전자가 상당한 거리에서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즉시 감속하거나 급제동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면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자동차 운전자의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자동차전용도로 운전자로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과실이 있더라도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할 수 없는 점 △심야시간에 어두운 계통의 옷을 입은 피해자를 발견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를 충돌 직전에 발견했다는 사정 만으로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전방 및 좌우 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관련조항

제268조(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71조(유기, 존속유기)
①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무 있는 자가 유기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75조(유기등 치사상)
① 제271조 내지 제273조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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