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실상 항복"…檢, 부인·아들·사위는 불기소?

檢 "MB 입장 들어본 뒤 가족 사법처리 여부 결정"

한정수 기자 2018.05.18 04:00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이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약 350억원의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각종 혐의에 연루된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이시형씨,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등 가족에 대해선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검찰의 증거를 모두 동의하며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 가족들의 사법처리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1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횡령 등의 혐의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김 여사와 시형씨, 이 전무를 재판에 넘길지 여부를 조만간 확정할 방침이다. 

김 여사에 대해 검찰은 이미 불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급적 부부를 동시에 처벌하지 않는 그동안의 관행과도 무관치 않다. 그러나 시형씨와 이 전무에 대한 기소 여부는 아직 검찰 내부적으로도 최종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김 여사는 이 전 대통령이 받았다는 111억원 상당의 뇌물 가운데 4억여원 상당을 직접 수령했다는 의혹이 있다. 시형씨는 다스의 자회사 홍은프레닝으로 하여금 자신이 지배하는 회사 다온에 40억원을 무담보·저리로 부당 지원토록 하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전무는 이 전 대통령 측으로 건너간 10억여원 상당의 자금 통로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이후 재판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따라 이들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가족들의 사법처리 문제는 이 전 대통령 본인의 입장을 정확히 들어본 뒤 결정할 것"이라며 "각각의 처분 방향이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할 경우 가족들을 선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신청한 모든 증거에 동의하고, 사건 관계자들을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 신문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들은 검찰의 증거에 동의하지 않고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 신문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전 대통령은 그렇지 않은 셈이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해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판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증거 뿐인데 이에 대해 다투지 않겠다는 것은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이 항복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첫 공판은 오는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이날은 이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법정에 나와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증거에 모두 동의한 피고인이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는지 인정하는지는 본인이 직접 법정에서 어떻게 말하는지를 들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 일가의 변론을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뇌물이든 다스(DAS) 관련 혐의든 모두 이 전 대통령이 주범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라며 "그런데 이 일에 연루됐다고 해서 심부름꾼이나 다름없는 가족들을 기소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삼성그룹의 다스 미국 소송비용 대납 의혹에 연루된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 다른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조만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부회장은 기소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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