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첫 공판서 '검찰 공격' 고민 중"

"10분 간 모두진술…톤 다운 했다가 반대하는 분 있어 고민"

김종훈 기자 2018.05.17 16:34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뉴스1

111억원대 뇌물·350억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는 23일 첫 공판에서 직접 심경을 밝힌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을 공격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야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고 있는 강훈 변호사는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3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전 대통령이) 계속 심경이 변화하고 진술의 방향에 관해 계속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는 23일 첫 공판을 오후 2시에 시작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의 정확한 의사를 파악하기 위해 이날 오전 접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전날인 21일이 석가탄신일이라 변호인 접견이 허락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요청을 받아들였다.

강 변호사는 법정 밖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심경과 진술방향 변화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현재 모두진술을 계속 수정해 나가는 단계인데 어느 톤으로 해야하느냐를 갖고 (이 전 대통령이) 계속 생각이 바뀌더라"고 답했다. 이어 "예를 들어 정치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나 하는 것들, 검찰을 공격하는 용어를 쓰는 게 맞는지 아직 정리가 안 된 것 같다"고 했다. 혐의를 부인한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으며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할지 여부를 고민 중이라는 취지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하는 여러 분들이 나름대로 조언을 하는데 조언이 한 방향이 아니다. 결론 내리는 게 쉽지 않다"며 "톤 다운을 했다가 또 반대하는 분들도 있으니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두진술은 10분 정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거기에 맞춰서 (이 전 대통령이) 양을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23일 첫 공판을 생중계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현행 대법원 규칙에 따르면 1·2심 재판부는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피고인이 반대하더라도 재판을 생중계할 수 있다. 다만 생중계는 변론개시 전 또는 선고공판 때만 가능하다. 재판부가 생중계를 결정하더라도 이 전 대통령의 모두진술은 중계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첫 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찰의 혐의 입증계획과 변호인단의 변론방향에 대한 설명을 먼저 듣기로 했다. 시간은 검찰과 변호인단 각각 40분씩 주어졌다. 여기에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등 절차까지 합쳐 약 2시간 동안 재판을 진행한 뒤 20분 휴식하기로 했다. 이후부터는 서류증거 조사가 시작된다. 재판부는 오후 6시 넘어서까지 재판을 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개정 시간이 오후 2시 증거조사 외에 여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이날을 예외로 두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날 6시간 정도 재판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서증조사를 마치려면 공판을 최소 20회 정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회 공판준비절차에서 서증조사에 97시간, 약 13회 공판기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가 기간을 대폭 늘린 것이다. 그만큼 수사기록이 방대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일단 다음달 20일까지 주 2회 재판을 열고 이후부터는 필요하다면 주 3회 재판을 열기로 했다. 법정에서 검찰은 "기일을 많이 줄일 순 없을 것 같지만 가능하면 1회 공판에 기일 협의를 다시 할 수 있으면 한다"며 변호인단과 협의해 서증조사 기간을 단축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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