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서거 9주기'에 첫 재판…'피고인 이명박' 직접 입 연다

故 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9주기·박근혜 前대통령 첫 재판 1년만에 MB 첫 재판

한정수 기자 2018.05.20 11:40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22일 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나서 검찰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약 350억원의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구속 후 처음으로 법정에 직접 나와 스스로 입장을 밝힌다. 검찰의 증거에 모두 동의한 만큼 일부 혐의를 인정할지 주목된다.
20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오는 2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공판기일은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피고인이 반드시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앞서 열린 세차례 재판은 모두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돼 그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 나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22일 구속된 이후 이 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려 '정치 보복'을 운운하는 등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해 왔다. 이날 법정에서도 종전과 같이 수위가 높은 표현들을 사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재판이 시작된 이후 검찰이 신청한 모든 증거에 동의하고 사건 관계자들을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이 검찰 증거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0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의 핵심인 다스(DAS) 실소유 문제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아닌 형 이상은과 처남 김재정이 만든 회사"라며 "친인척 관계인 이 전 대통령이 경영자 지식을 경험으로 (다스 운영에) 도움을 준 적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지난 17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지금 계속 이 전 대통령의 심경이 변하고, 진술 방향 관련 논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선 검찰과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도 각각 약 40분에 걸쳐 프리젠테이션(PPT)을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에 대해, 변호인단은 공소사실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한다. 이후 각종 증거에 대한 설명과 서류증거에 대한 조사가 이어진다. 이날 재판은 오후 늦게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는 이날을 시작으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을 최소 주 2회 진행할 계획이다. 증거조사의 속도와 증인 신청 상황, 이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주 3회 이상 재판을 여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혐의는 뇌물수수와 횡령을 포함해 총 16개에 달한다. 그는 2008년 4월∼2011년 9월 국가정보원에서 약 7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삼성전자에서 다스 미국 소송비 약 68억원을 받는 등 총 111억원대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가 있다.

이 밖에 이 전 대통령은 다스를 사실상 운영하면서 회사 자금 349억여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31억원 상당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다스 상속 방안을 청와대 직원들에게 검토하도록 한 혐의, 대통령 퇴임 후 청와대 문건을 빼돌린 혐의 등도 적용됐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의 첫 공판기일이 열리는 오는 23일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9주기다. 이 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전 처음으로 법정에 선 날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09년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같은해 4월30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노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에 대한 결정이 20일 넘게 내려지지 않던 상황에서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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