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B재판 '냄비재판' 되지 않길…

김종훈 기자 2018.05.24 04:00
23일 시작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지켜보기 위해 60여 명의 방청객들은 긴 줄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16일 방청권 추첨 때 는 벌써 관심이 뜸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신청인원이 미달 됐기 때문이다. 이날 법정 풍경은 이런 우려를 무색하게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을 돌아보면 걱정이 앞선다. 첫 공판 방청권 경쟁률이 7.7대 1에 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다 방청객 수가 점점 줄었고 급기야 몇몇 지지자와 취재진만 남았다. 국정농단 사건의 전모를 되짚을 수 있는 증거와 증언이 꾸준히 공개됐지만 법정은 텅텅 비었다. 

이 전 대통령 재판에 대한 관심은 이보다 빨리 식을 것 같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증인 소환을 최소화하겠다고 한 탓이다. 재판이 서류증거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란 얘기인데, 서류증거는 증인의 법정진술보다 대중의 주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08년 도곡동 특검을 거쳤지만 ‘다스(DAS)는 누구 것’이라는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다. 이번 재판은 이에 대한 답을 구할 기회다. 4대강 사업, 광우병 사태 같은 다른 대형이슈로 떠들썩했던 사이 BBK 투자금 회수를 위한 미국 소송이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등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밝혀질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조용하고도 신속하게 진행된다면 재판을 하는 입장에선 어떨지 모르겠으나 국민 입장에서 그리 반길 일은 아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밀실 속에서 밝혀진 진실은 누군가에 의해 왜곡돼 또 다른 논란과 분열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지켜봐야 한다. 재판도 마찬가지다. 법정에서 어떤 주장이 나오는지, 절차는 잘 지켜지는지 감시의 눈이 있을 때 판결 속 진실은 온전한 모습 그대로 세상에 드러날 수 있다. 이런 감시는 국민의 몫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두고 “충격이고 모욕”이라 했다. 이 말이 진실인지도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 과정에 국민들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진실은 바로 설 수 없다. 재판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부릅뜬 눈이 줄지 않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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