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할 때 '이것' 확인 안 하면 낭패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정종화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8.05.24 07:38
그래픽=이지혜 기자

올해 초 작년 가을에 늦깎이 새신랑이 된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결혼 선배인 필자에게 결혼생활의 팁이라도 구하려나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친구의 목소리가 자못 진지하다 못해 심각하기까지 했고, 이야기를 듣고 있는 필자 역시 전화기 너머로 한숨을 내쉬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사연은 이렇다. 친구는 신혼 집으로 서울 외곽지역에 위치한 빌라를 임차하면서 그 동안 모아둔 돈으로 보증금 2억 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하였다. 당시 부동산등기부상 선순위 저당권이나 기타 압류 등 각종 권리관계는 깨끗했고, 전세보증금은 매매가 대비 60% 수준으로 적정했으며, 임대인도 건물을 두어 채 보유한 재력 있는 사람이었다. 친구는 잔금 지급 후 전세 목적물을 인도받고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까지 받음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요건도 갖추었다. 
그런데 입주 후 수 개월만에 국세청이 해당 빌라를 압류하였다. 임대인이 약 1억 5천만 원 상당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였고, 해당 부가가치세는 친구가 그 빌라에 입주하기 전 이미 임대인에게 고지된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세청이 체납처분으로 해당 빌라를 공매할 경우, 공매가액은 압류와 공매 등 절차에 소요된 체납처분비, 체납된 부가가치세와 그 가산금 순으로 우선 충당되고, 그 다음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을 갖는 임차인이 보증금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경매를 통한 공매가격이 실제 거래가격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낙찰됨을 고려하면, 실제 임차인인 친구로서는 전세보증금 일부만을 회수하거나 경우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거의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은 “국세·가산금 또는 체납처분비는 다른 공과금이나 그 밖의 채권에 우선하여 징수한다.”라고 함으로써 이른바 ‘국세우선권’을 규정하면서, 같은 항 제3호는 체납처분 대상 재산에 대하여 저당권 등 담보물권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우선변제권이 존재하는 경우 법정기일의 선후를 기준으로 그 우선순위를 가리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부가가치세의 경우 그 법정기일은 납세자의 신고일 또는 과세관청의 납세고지서 발송일이다. 지방세기본법 역시 제71조 제1항 제5호에서 동일한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필자의 친구는 통상 임대차계약 시 주의사항으로 언급되는 모든 사항을 확인하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우선변제를 위한 대항요건과 확정일자까지 완벽하게 갖추었으나, 이러한 법 규정을 알지 못하여 임대인의 국세 체납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였고, 결과적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미 법정기일이 지난 국가의 임대인에 대한 조세채권이 임차인인 친구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보다 우선하게 된 것이다.

한편, 국세우선권에도 불구하고 소액임차인 보호 제도에 따라 서울의 경우 임대차보증금이 1억 원 이하인 경우 3,400백만 원까지 우선적으로 보호가 되기는 하나, 요즘 서울에서 월세나 반전세가 아닌 한 전세보증금 기준으로 1억 원 이하인 부동산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을 고려하면, 위 제도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친구의 경우도 보증금 액수가 1억 원을 초과하여 소액임차인으로서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필자의 친구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변호사인 필자 역시 임차인으로 월세나 전세계약을 체결해 보았지만, 임대인의 국세나 지방세 체납 여부를 확인했던 기억은 없고, 거래를 중개하는 공인중개사조차도 임대인의 세금 체납 사실을 확인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임차인으로서는 부동산등기부를 통한 권리관계 확인 외에도 임대인의 국세 및 지방세 체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임대인이 사업자이거나 투자업자 등 부가가치세나 종합소득세 납부의무를 부담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인 경우에는 더더욱 체납 여부를 확인하여야 하고, 오늘날 임대인의 국세, 지방세 체납 여부는 국세청 홈택스나 민원24에서 발급하는 국세완납증명서, 지방세완납증명서를 통해 온라인으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국세완납증명서와 지방세완납증명서는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 본인인 임대인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고, 임대차계약 시 납세완납증명서를 확인하는 풍토가 일반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납세완납증명서 확인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임차인에게 부담이 되거나 임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므로, 향후 임대차계약 시 임대인의 체납 여부를 확인하는 건전한 거래관행을 정착시키거나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납세자의 체납 정보가 대외적으로 공시되지 아니하여 제3자인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인의 협조 없이 임대인의 납세완납증명서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납세고지서 발송일을 법정기일로 하는 경우 납세고지서 발송 이후 도달 전까지의 기간 동안은 임차인이나 담보권자가 납세완납증명서를 통해 납세자의 체납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므로, 이러한 예측불가능성이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조세우선권의 기준인 법정기일을 입법적으로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된다.
법무법인(유) 화우 정종화 변호사의 주요 업무분야는 조세 및 국제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며, 그 이외에도 각종 행정처분 관련 업무 및 일반 민·형사 사건을 두루 수행하고 있다. 법인세, 소득세, 지방세, 부가가치세, 상속·증여세, 관세, 주세 등 과세처분 및 각종 인허가, 석유수입부과금을 비롯한 다양한 행정처분과 관련한 조세·행정쟁송, 자문사건을 처리하였고, 서울지방국세청, 기획재정부,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산림청 등 여러 행정부처에 대해 조세·행정 관련 자문을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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